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통합예선 통과한 돌풍의 3인

그와 처음 마주한 사람들은 세 번 놀란다. 첫째 온 얼굴을 뒤덮은 무성한 구레나룻, 둘째 그런 용모에도 불구하고 17세에 불과한 나이, 그리고 막강한 바둑 실력이 그것이다. 강호가 많이 몰린 조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B조에서 퉈자시는 주웬하오(朱元豪·18), 천야오예(陳耀燁·19) 등 자국 라이벌 2명이 포함된 4판을 질풍같이 돌파, 본선에 상륙했다.

본선 첫 판 상대 선택권을 준다면 누구를 고르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이창호"를 꼽았다. "한국기사들은 전투와 계산력이 모두 뛰어난 것 같다"고도 했다.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전투. "끝내기가 약해 싸움을 즐기는 편"이란 겸양이지만 이 소년의 막강한 힘은 모두가 인정하기 시작했다.

흑룡강성 출신으로 다섯 살 때 입문해 2002년 입단했다. 2005년 전국체전서 창하오(常昊)를, 2006년 창치배 8강전에서는 왕시(王檄)를 꺾는 등 수직 상승 중이다. 현재 중국리그에서도 3승 1패의 호조다. 국가 청년팀 소속으로 현 중국랭킹은 22위. 본인은 별명이 없다고 했으나 동료들에 의해 '할아버지'임이 밝혀졌다. 수염 탓일 게다.

 

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통합예선이 본선 티켓 32장의 절반인 16장의 주인을 가려내고 25일 종료됐다. 19대1의 높은 경쟁률 속에 본선 뺨칠 만큼 뜨거운 열전을 치른 결과 한국 9명, 중국 7명이 본선에 합류했고 일본과 대만은 전멸했다. 초단의 몸으로 바늘구멍을 뚫은 최기훈 김승재와 돌풍의 중국 신예 퉈자시(?嘉熹)를 만나봤다. 본선은 5월 26일 시작된다.

"순식간에 바둑이 미세해져 있기에 잡으러 갔지요." 아버지뻘인 강훈(51) 九단의 대마를 잡고 세계 본선멤버가 된 김승재는 국내 프로들 중 두 번째로 어린 '최신상품'이다. 92년 8월생이니 아직 만 15세. 이번 예선에선 '속기 천재' 서능욱, '원조 우주류' 다케미야(武宮正樹)의 아들 다케미야 요코(武宮陽光), 바둑리그 팀 동료 홍민표에 이어 한때 2년 남짓 자신을 가르쳤던 강훈을 연파했다.

재작년 12월 입단 후 국수전과 GS칼텍스배 본선 진출, 전자랜드배 청룡왕전과 신인왕전 준우승 등 놀라운 성적을 작성해가고 있다. 나이로나 페이스로 보나 차세대 간판 감이란 평. "두터움을 선호한다. 걸어오는 전투는 피하지 않지만 계산 쪽이 더 자신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겁 없는 신인이다.

북한 축구스타 정대세를 연상시키는 용모와 '독사'란 별명이 잘 어울린다. 지난 봄 바둑특기생으로 입학한 동양공고 1년생. 매일 양천대일도장에서 10~11시간씩 공부한다. 닮고 싶은 기사는 이세돌. 본선에서의 목표를 묻자 "올라갈 때까지 가보겠다"는 소박한(?) 답이 돌아왔다. 대개 이런 기사들이 일을 내곤 했으니 지켜볼 일.

20세인 최기훈은 이번 대회에서 특이한 기록을 세웠다. 중국 펑리야오(彭立堯), 대만 위정치(余正麒), 일본 쓰루야마(鶴山淳志)에 이어 중국 저우쥔제(鄒俊杰) 등 외국 기사들만을 상대해 본선의 혈로를 뚫은 것. 중국 신인왕을 거친 강자 저우쥔제(28)와의 결승에선 중반까지 패색이 짙었으나 혼신의 흔들기로 백 3집 반 승하는 승부기질을 발휘했다.

"늦둥이 아들에 대한 아빠의 기대에 최대한 부응하겠다"는 각오. 공무원인 아버지가 44세 때 얻은 외아들이다. 수를 빨리 보고 정확하다는 게 주변의 평이지만 본인은 "대신 포석이나 형세판단은 아직 멀었다"고 했다. 입단 2년 차였던 지난해 조훈현 박정상 이희성 등 열강을 딛고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까지 올라 이미 '1차 공습'을 마친 상태.

국내 최연소 프로 박정환(15)과는 입단 동기이고, 초단 돌풍을 몰고 왔던 한상훈 및 박승화와는 동갑이어서 특히 경쟁의식이 강하다. "제 또래에 강자들이 너무 많아요. 열심히 해서 두각을 나타내야 할 텐데…." 한철균, 허장회 사범을 사사한 최기훈은 올해 자신을 뽑지 않은 바둑리그 팀들을 꼭 후회하게 만들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