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파멸로 끝장나는 강남 호스트바의 청춘

청담동의 밤을 주름잡는 재현(하정우)과 승우(윤계상)는 호스트(남성 접대부)로 살아가는 청춘들. 순간만 충족되면 아무 생각 없는 재현과 달리 승우는 생각이 너무 많은 호스트다. 손님으로 찾아온 룸살롱 호스티스 지원(윤진서)에게 술을 따르다가 직업 윤리를 망각하고 사랑에 빠져버린 것. 이제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불협화음 요란한 강남 호스트와 호스티스의 인생은 걷잡을 수 없는 추락을 시작한다.

'비스티 보이즈'(30일 개봉)는 예상을 뛰어넘는 데뷔작의 성공이 신인 감독의 두 번째 작품에 끼치는 부담 혹은 부정적 영향에 대한 구체적 사례다. 대학 졸업작품이었던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2005)로 칸 영화제 진출이라는 신화를 썼던 윤종빈(29) 감독은, 3년이라는 장고 끝에 탄생시킨 이번 영화에서 강남의 호스트바와 호스트의 인생에 주목한다.

"단 하루를 살아도 느낌 있게 살고 싶다"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욕망의 최전선. 감독은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결국 파멸로 끝장나는 이들의 현실을 보여주면서 한국 자본주의의 천민성과 천박함을 폭로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간택'을 기다리는 '선수'들의 복도 풍경이나 손님이었던 여성의 돈을 뜯어내는 '공사' 노하우의 생생한 현실감은, 취재를 위해 실제로 한 달 동안 호스트바에서 웨이터로 일했다는 감독의 성실함 덕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영화의 미덕은 거기까지. '마이킹'(선수금)이나 '텐프로'(고급접대부)같은 업계 용어를 분방하게 구사하고 한신포차 주변 아파트의 전세금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등의 주변적 디테일은 탁월하지만, 정작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에 대한 논리적 근거는 태부족이다. 그들이 왜 청담동에서 일그러진 욕망을 분출하다 파멸에 이르는지에 대한 반성적 사유와 성찰보다는,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호스트의 삶만을 과시하듯 동어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는 굉장히 강한 놈들이라는 뜻. 비열하고 치사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하정우와 작품을 거듭할수록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윤계상의 연기가 그나마 요령부득이었던 이 영화의 영어제목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