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윤 기자의 시네마 핫!] '강우석다움' 되찾는 흥행사 강우석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도 이번 영화(인디애나 존스 4) 내놓으면서 속이 타 들어 갔을 거예요. '레이더스'(1편)가 줬던 그 신선함을 낼 수 있을까요? 부담이 컸을 겁니다. 그 사람이 뭐가 부족해? 돈이 없어 명예가 부족해. 그런 그가 왜 19년 만에 인디애나 존스에 손을 댔을까…."

살짝 처진 눈매가 착하게만 보이던 강우석 감독의 표정에 힘이 들어갔다.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들고 나온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6월 19일 개봉)에 대해 이야기할 때였다.

그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이야기를 꺼내며 속내를 에둘러 표현했다. " '투캅스2' 때 주인공을 1편의 안성기·박중훈에서 박중훈·김보성으로 바꿨잖아요. 시리즈에서 배우를 바꾼다는 게 얼마나 모험인데요. 그 영화 찍으면서 내내 울렁증에 시달렸어요. 천하의 스필버그라도 다시 손댄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죠. 하지만 정말 최고의 볼거리를 만들었을 겁니다."

'투캅스'(1993) '마누라 죽이기'(1994)의 성공에 이어 '공공의 적'(2001) '실미도'(2003) 등으로 대박 감독의 명성을 날린 강우석 감독. 1편 경찰에서 검사가 된 강철중의 활약을 그린 '공공의 적2'(2005)를 내놓았던 그가 주인공 강철중을 앞세워 만든 영화가 '강철중: 공공의 적1-1'이다.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정답'이라는 진리를 온몸으로 발산하는 느낌이었다. 이 한마디로 정리가 됐다. "강우석만이 찍을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감독이나 연기자의 변신을 그렇게 외쳐대고, 바라왔던 평단과 관객들이라지만 그들의 외도(?)에 오히려 가혹하게 반응할 때도 적지 않다. '식스 센스'의 나이트 샤말란은 자신의 특기에서 살짝 벗어난 판타지 물 '빌리지' '레이디 인 더 워터' 등을 내놓자 혹평을 피할 수 없었고, 결국 오는 6월 '해프닝'이라는 공포 스릴러를 다시 내놓을 예정이다. 강우석 감독도 마찬가지. 본인은 정치적 계산 없이 판타지로 접근했다지만 영화 '한반도'에서는 그의 '시그너처(signature)'를 느낄 수 없었던 팬들은 등을 돌렸다. 강 감독은 실패를 통해 역시 '한 우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미국 인기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의 심사 위원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패션 전문가 니나 가르시아는 최근 그녀의 책에서 이렇게 조언했다. " '잇 백'(한 시즌 크게 유행하는 가방)은 절대 사지 마라. 유행만 따라가는 매력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대신 유명 브랜드의 콘셉트가 담긴 대표적인 시그너처 가방을 사라. 수십 년 이어지는 명품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테니." 가장 '강우석다움'을 찾아 돌아온 강우석 감독. 울렁증과 극심한 좌절을 거쳐 '한 우물 파기'에 다시 도전했다는 그가 '역시'라는 찬사를 받을 수 있을지…. 오는 6월 강우석 감독의 표정은 과연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