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인력시장(人力市場)

〈제1보〉(1~23)=LG배가 또 한 장의 역사를 넘긴다. 1년 주기의 LG배 과정을 유심히 살피다 보면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인간세상 생리와 어찌 그리 닮았는지 소름이 끼칠 정도다. 세계 강호 32명이 펼치는 본선에 오르려면 3가지 길이 있다. 전년 대회 결승까지 진출했거나, 각국 최상위권으로 국가 쿼터에 포함되면 자동 출전권을 갖는다. 둘 모두 해당이 없는 대다수 프로들에겐 통합예선이 유일한 통로다.

그 비장함으로 인해 통합예선은 생존이 걸린 '인력 시장'이 된다. 외국 출전자들은 자비로 항공권을 끊고 들어와 숙식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대회 기간은 대략 1주일. 매일 전체의 절반이 탈락, 대진표에서 지워진 채 비통한 모습으로 대국장을 떠난다. 요행히 '절반의 승자'에 들더라도 그런 '행운'이 네 번, 또는 다섯 번 거듭돼야 최후의 16인에 뽑힌다.

올해는 무려 305명의 각국 프로들이 출전을 신청했다. 19 대 1이 넘는 사상 최고 경쟁률은 20명 중 19명이 좌절의 쓴맛을 봤음을 의미한다. '세계에서 가장 따기 힘든 자격증' 소지자들이 바깥 사회보다 훨씬 더 각박한 경쟁에 묻혀 살고 있는 셈이다. 처절했던 통합예선 격전장에서 13기 LG배 기보를 시작한다. 한국 강동윤 대 일본 이야마(井山裕太) 간의 P조 결승전이다.

지극히 평이한 초반 포석. 13에 4분을 썼지만 결국은 22까지 쌍방 '익숙한 길'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23으로 협공한 시점에서 도처에 흑의 실리가 돋보이는 국면. 포석은 누가 봐도 백의 실패다. 어떤 대책을 세워 두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