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핫 Blog] '밤과 낮' '색, 계' 그리고 옥소리

탤런트 박철, 옥소리 부부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불거진 간통죄에 대한 공개변론이 화제입니다. 8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가 그 현장이지요. 그럼 영화 속에서는 불륜이 어떻게 나올까요? 워낙 많은 작품에서 불륜을 다루고 있어서, 사실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입니다.

올 봄 극장가에서 상영된 영화 중에서는 먼저 '밤과 낮'이 떠오릅니다. 성남(김영호)이라는 남편이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경찰의 출두 통보를 받자 파리로 도망가고, 그곳에서 화가 지망생인 여자 유학생(박은혜)을 만나 사랑하고, 아내의 임신 소식(아내의 거짓말)을 듣자마자 거짓말처럼 짐 싸들고 서울로 돌아온다는 내용입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여인과의 사랑…. 한번쯤 이런 일탈을 꿈꿔보지 않은 남성이 있을까요? 모든 남성(여성)들의 판타지겠지요. 물론 홍상수 감독은 특유의 감각을 발휘합니다. 예전 작품들과 다름없이 남성의 이중심리, 사람살이의 틈새를 예리하게 파헤쳐 높은 점수를 받았지요. 흔한 불륜영화의 범주를 벗어납니다. 성남은 그리스 신화 속의 오디세우스와 여러 면에서 대조되지요. 불륜을 저지른 남자는 환대받고, 일편단심 귀향을 꿈꾸던 오디세우스는 아내와 정부에게 살해되니까요. 삶의 아이러니지요.

지난해 화제작 '색, 계'(사진)에도 불륜 문제가 등장합니다. '색, 계'는 클립체위라고도 불렸던 리얼 섹스신으로 화제가 됐지요. '색, 계'는 제목 그대로 에로스와 금기, 에로스와 이데올로기의 충돌을 다룹니다. 제국주의 일본의 앞잡이 유부남과 그를 살해하려는 애국주의자 여성 사이의 사랑인 거지요. 짧게 정리하기 힘든 묵직한 주제입니다. 여주인공 왕치아즈에게는 '사랑해서는 안될 사람을 사랑한 죄'이군요. 그녀는 이를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서 조국 대신 사랑을 선택합니다. 그 대가로 총살당합니다. 고대 한국에도 그런 여인이 있었습니다. 낙랑공주는 적장인 호동왕자를 사랑해 조국의 자명고를 찢어버렸지요. 왕치아즈와 낙랑공주는 금기를 깨뜨린 여성입니다. 사랑은, 특히 금지된 사랑의 유혹은 그만큼 치명적인 매혹을 갖고 있나 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성춘향도 따지고 보면 사회적 금기에 도전한 여성들이었습니다.

그럼 옥소리도 사회의 금기에 도전한 걸까요? 자세한 부부간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그녀가 간통죄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만든 것만은 분명합니다. 일부 여성단체들이 간통죄 폐지 반대에서 유보로 돌아서게 만든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찾을 수 있겠군요.

80년대의 '애마부인', '젖소부인' 시리즈도 불륜영화 계보에서 빼놓을 수 없지요. (후략)

< 임정식 기자(cultureman) scblog.chosun.com/dada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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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 글 　달인 : 근데 평생 한 남자, 한 여자만 바라보고 사는 거 불가능한 거 아닌가요?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게 100％ 이성으로 컨트롤 되는 것도 아니고. 　청초 : 우리나라 영화도 이제 가리지 말고 모두 드러내야 더 자연스런 영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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