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중원(中原)의 날치기

〈제7보〉(97~109)=통합예선 결승은 세계대회 본선행이 걸린 큰 판이다. 게다가 둘은 한 일 양국의 내일을 짊어진 동갑내기로 라이벌 의식도 남다른 사이. 흑은 초반부터 신중을 거듭해 일찌감치 필승의 바둑을 만든 대신 85수째부터 이미 시간이 바닥나 버렸다. 형세가 월등할수록 착점은 더 떨리는 법. 여기에 상대의 치열한 반격이 어우러지면서 바둑은 전혀 예상 못했던 흐름을 타기 시작한다.

99까지는 예상대로였는데 100으로 젖혔을 때 사고가 터졌다. 안전책이라고 둔 101이 문제의 일착. 이 수로 참고도 1로 비켜 받았더라면 바둑은 여기서 끝났을 것이다. 11까지 발버둥쳐도 백이 사는 길은 없었던 것. 101에 이야마가 눈을 반짝이며 102에 단수 친다. 결국 106까지, 백은 중원에서 뜻밖의 횡재를 했다.

그렇다면 형세는 어떻게 변했을까. 백중해졌을 뿐 아직 역전까지는 아니란 중론이었다. 하지만 강동윤은 이 무렵 한 푼, 두 푼 모았던 돈 보따리를 한순간 날치기 당한 듯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런 경우 실수는 또 다른 실수를 부르기 마련. 아무튼 ▲ 한 점의 축머리가 관심사로 등장한 상황에서 흑은 107, 109로 과감히 젖혀갔는데….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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