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레이스' LG배가 돌아왔다

다시 1년 동안 '꿈의 레이스'가 LG배 반상(盤上)을 수놓는다. 매년 숱한 화제와 새로운 영웅의 산실로 자리 잡은 LG배 세계기왕전(조선일보 주최)도 어언 13회째를 맞았다. 올해 대회는 25일 설악산 자락 만해마을서 출발 총성을 울린 뒤 26일과 28일 1, 2회전을 치러 일단 8강까지 추려낼 예정이다. 전 세계 프로들이 특히 이 대회를 선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상금 규모. 우승상금 2억5000만원으로 연례 국제대회 중 가장 크다.

덤 6집 반, 흑백 선택권 등 새 물결을 선도해 온 LG배는 한·중·일·대만 등 '세계 4강국'이 골고루 정상을 밟아본 유일한 국제대회로도 유명하다. 특정 개인의 연패(連覇)를 결코 허용하지 않았던 것 역시 남다른 전통이다.

올해 대회엔 한국이 대거 16명이나 출전, 총 참가자 32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통합예선에서 우리 기사들이 선전한 결과다. 그 뒤로 중국이 11명을 출전시켜 한국의 강력한 도전자로 나설 기세. 양국은 최근 국제무대서 펼쳐온 치열한 경합을 이번 대회까지 이어갈 공산이 높다. 통합예선서 전멸한 일본과 대만은 각각 4장, 1장의 국가 쿼터를 배정받았다.

하지만 LG배는 전통적으로 기성(旣成) 강자들 못지않게 새 얼굴의 등용문 역할에도 충실해 온 무대. 각국 젊은 저단참가자들의 활약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이유다. 한국의 김지석(19) 김형환(22) 김형우(20) 최기훈(20) 김승재(16) 등 신참들이 무슨 사고(?)를 칠지 아무도 장담 못 한다. 중국이 내세운 퉈자시(?嘉熹·17) 스위에(時越·17) 왕타오(王濤·18) 등과 어울린 한·중 양국의 '비밀병기' 대결은 또 다른 관전 재미를 안겨줄 전망.

 

우승후보 1순위론 아무래도 현역 세계 4관왕인 이세돌이 꼽힌다. 올해 초 벌어졌던 12회 LG배와 삼성화재배를 동시 석권하는 등 천하를 집어삼킬 듯한 기세다. 하지만 관록 면에선 이창호를 빼놓을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대회 최다 우승(4회) 경험자인 이창호는 춘란배·후지쓰배·잉씨배 등 올해 진행 중인 국제대회서 순항을 거듭 중이다.

'이름값'의 속박에서 벗어난다면 나머지 한국 선수들도 우승후보로 전혀 부족하지 않다. 박영훈 목진석 조한승 강동윤 원성진 박정상 백홍석 한상훈 등 한국 랭킹 3위부터 10위까지의 기사들이 정상 정복의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1·2위인 이세돌 이창호를 포함, 국내 '베스트 10'이 총출동하는 셈. 10위 한상훈(20)은 전기 준우승자로 시드를 받아 자동 출전한다. 최근 회복세의 최철한이 왕년의 위용을 되찾는 계기를 잡느냐 여부도 주목된다.

중국은 자국 1위 구리(古力)와 2위 창하오(常昊) 등 '투 톱'이 역시 강력한 주력 부대로 꼽힌다. 여기에 3위 쿵제(孔杰), 5위 셰허(謝赫), 7위 왕레이(王磊), 10위 추쥔(邱峻), 11위 왕야오(王堯) 등 경험 풍부한 베테랑들이 두터운 2차 방어선을 구축할 전망. 일본은 공식 1인자인 야마시타(山下敬吾)를 선봉으로 조치훈 장쉬 고노린(河野臨) 등 최강 멤버가 포진해 명예회복에 나선다. 대만은 단골멤버 저우쥔쉰(周俊勳)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