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희, 영화 '흑심모녀' 주연맡아 "뽀글파마에 푼수역"

 

출연 자체가 드라마틱하다. 우연히 보게 된 오디션. 첫 방에 통과했다. 2002년 슈퍼모델 선발대회로 데뷔한 지 6년 여만에 스크린 주연 데뷔의 꿈을 이룬 것이다.

다음달 12일 개봉되는 영화 '흑심모녀'(감독 조남호)는 이다희에게 한 단계 도약을 가능하게 해줄 작품이다.

우선 극 중 배역이 재미있다. 아나운서를 꿈꾸는 철부지 딸 '나래'로 나온다. 치매인 할머니와 억척 아줌마인 엄마와 살던 이 집에 어느날 4차원 완소남이 들어온다. 이들의 좌충우돌 동거기가 영화의 주된 줄거리다.

할머니로는 김수미가 나오고, 심혜진과 모녀 호흡을 맞췄다. 기라성같은 선배들과 카메라 앞에 선 것만으로도 영광일 터. 특히 '초록물고기'의 심혜진처럼 멋진 배우가 되길 꿈꿨던 그녀로서는 같이 작품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레였다. 집에서 김치와 쌈장을 챙겨와 나눠주는 김수미 덕분에 촬영 초반 낯선 현장에 쉽게 적응했다.

"얼마나 편하게 해주셨는지 몰라요. 방에서 촬영을 기다리면서 과자 등을 나눠먹었죠. 막간을 이용해 고스톱도 치고요."

이다희는 '흑심모녀'를 위해 과감한 변신을 택했다. 일명 '아줌마 파마'로 극 중 허영심 많은 푼수덩어리 아나운서 지망생 캐릭터를 표현했다. 그동안 드라마 '에어시티' '태왕사신기'에서 보여줬던 지적인, 또는 터프한 모습과는 180도 다른 캐릭터다. 핫팬츠를 입고 일기예보를 하는 장면에서 '아쉬우나마' 에스라인을 과시하면서 슈퍼모델 출신으로서의 아쉬움을 살짝 달랬다.

"가발을 수십개는 써본 것 같아요. 처음엔 망설이기도 했지만, 연기 욕심에 용기를 냈죠."

뽀글뽀글 파마 머리를 한 채 소주를 병째 들이키는 연기는 스태프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사실감이 넘쳤다는 후문. 예뻐보이기 보다는, 캐릭터에 푹 빠져 푼수녀의 진수를 보여준 그녀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또 김수미와 장난을 치는 대목 등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코믹 연기를 펼쳤다.

조남호 감독은 "스크린 경험이 없는 신인이라 걱정했는데 기우였다"며 "거의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캐릭터를 미리 연구하고 촬영장에 오는 성실한 배우"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카메라 앞에서 더욱 빛이 나는 그녀는 '손톱' '은행나무 침대'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장수배우로 자리를 지켜온 심혜진처럼, 오래오래 스크린에서 사랑을 받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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