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천국과 지옥(地獄)

〈제12보〉(177~199)=통합예선 결승전 16판 중 나머지 15판은 모두 끝난 상황. 본선 진입의 꿈을 이루고 함박웃음 짓는 기사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마지막 고비를 못 넘기고 탈락한 기사들은 대부분 대국장을 떠났다. 승부엔 천국과 지옥뿐 그 중간지대는 없다. 어지러운 초읽기 소리 속에서 이 판만이 마지막 종착역을 향해 숨가쁘게 치닫고 있다. 현재 형세는 불명(不明).

177이 문제수였다. 이 수로 189, 백 190, 흑 '가', 백 '나' 교환 후 '다'로 빠지는 평범한 진행을 택했으면 흑이 약간이나마 앞선 국면이었다. 183으로 백의 연결이 끊기는 듯했지만 184, 186이 성립해 수가 안 된다. 그 순간 백에게서 패착이 튀어나왔다. 참고 1도였으면 거꾸로 백의 미세한 승리였다.

191로 자충을 예방하는 순간 좌상쪽 백 3점이 그물에 걸렸다. 참고 2도 1로 버티는 것은 흑 6까지 대형 패(覇)에 걸리는 것. 199에 이르러선 백의 패색이 완연하다. 더 이상 승부가 뒤집힐 곳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마지막으로 눈길이 가는 곳은 좌하귀 흑에 대한 추궁. 자기 바둑이 끝난 기사들이 이 판을 뺑 둘러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