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왕년에…" 영화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

"내가 왕년에 …".

우리는 종종 자신의 현재보다 과거가 더 잘 나가고 있다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아마도 현재의 자신에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순간 하게 되는 말이기도 하고, 다른 이들에게 자신을 조금더 잘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하는 말이기도 하다.

영화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는 그 뉘앙스가 딱 “내가 왕년에…”라는 느낌을 전한다.

이 영화는 2007년 베를린영화제에서 국제평론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감독 이리 멘젤이 선사하는 인생영화다. 현재 나이 약 70살(1938년 생)인 감독은  과거 연극과 영화 연출, 각본가, 배우를 넘나들며 유럽에서 활동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의 완성된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내듯 영화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를 만들어냈다.

어리숙한 외모에 작은 키, 그래서 이름도 꼬마라는 뜻을 가진 주인공 청년 디떼는 극중 비즈니스계의 제왕 월튼의 도움으로 최상위급 부자들만이 묵는 호텔 웨이터가 된다. 디떼는 그들의 여유롭고 화려한 삶에 빠지면서 자신도 백만장자가 되고자 한다.

명석한 두뇌와 재치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디떼는 프라하 제일의 호텔까지 진출하게 되고 우연히 호텔을 찾았던 에티오피아 왕에게 훈장까지 받게 된다. 계속 되는 행운은 운명적으로 독일여인 리자를 만나게 하고, 그녀가 전쟁터에서 가져온 우표로 디떼는 꿈에 그리던 백만장자가 되어 자신이 일했던 호텔을 인수하게 된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던 그의 행운은 끝나고,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재산을 압수하고 감옥으로 가게 되어 15년의 허무한 감옥살이를 하고 다시 노인이 되어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영화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는 주인공이 보고 있는 현실과 지나온 과거를 거울을 통해 통과시키며 과거와 현재의 대비를 여실히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화려했던 과거와 현재의 허름한 삶, 과거 아름다운 여인과 현재 볼품없는 여인 등을 화면을 통해 교차 편집하면서 인생의 덧없음을 관객들에게 풍자를 통해 보여준다.

감독의 연륜이 그대로 담겨져있는,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는 5월 1일 개봉해 현재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단독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