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예선결승] 나비효과

〈제1보〉(1~16)=베이징에 사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다음 달 뉴욕을 휩쓴 폭풍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아무래도 비약이 좀 지나친 느낌이다. 하지만 바둑의 세계에선 소위 '나비효과' 이론이 무릎을 칠 정도로 실감난다. 초반 포석 때의 한 줄 차이, 한 칸 차이가 철저하게 다른 양상의 바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체 흐름의 초기조건 의존성이 바둑만큼 높은 분야도 없을 것이다.

한국 백홍석 六단과 중국 위빈(兪斌) 九단의 대국. 5로 걸쳤을 때 6의 협공이 이채롭다. 같은 협공이라도 '가'나 '나'였다면 이 바둑의 골격(骨格)은 전혀 달라졌으리라. 흑 역시 5를 곧장 움직이지 않고 7, 9로 변신하면서 초반 콘셉트는 '땅 분할'로 자리 잡은 느낌. 그런 11의 전개도 요처(要處)다. 힘 좋은 기사들은 이런 식으로 모양을 펼친 뒤 뛰어드는 '손님'을 공략해 포인트를 쌓아가는 전략을 즐긴다.

12는 5분 여를 뜸들인 의욕적 착상. 흑도 '다'로 받는 상식을 거부했다. 이 한 줄의 차이로 인해 바둑은 전혀 생소한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14 역시 참고도를 택했다면 전국(全局)의 흐름이 바뀌었을 것이다. "참고도라면 흑도 4 다음 A와 B를 맞봐 불만이 없다고 생각했다"(백홍석). 16이 까다롭다. 여기서 흑의 응수는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