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두 그릇 해치운 이세돌 '뒷심 역전승'

○…이창호 九단이 중국의 강호 셰허를 일방 요리 끝에 KO로 눕히자 검토실에선 "역시 이창호"라며 감탄하는 분위기. 이 九단은 이날 진행된 16국 중 가장 먼저 승리를 따내 끝까지 가슴을 졸이게 하던 종래 패턴에서도 벗어났다. 한국 2위 이창호와 중국 5위 셰허는 그간 1승 1패의 호각세를 유지해 왔었다.

○…중국 강타자 쿵제를 제압, 대회 초반 '이변의 주역'으로 등장한 김형환(22) 四단은 2002년 입단한 7년차 기사. 입단 전해 세계청소년 선수권 시니어부서 우승하는 등 재주를 인정받아 왔으나 국제대회 출전 자체가 이번이 처음일 만큼 무명에 가까웠다. 김형우(20) 二단도 2005년 입단 이후 최고의 '경사'를 맞았다.

○…이세돌의 때 아닌 '식욕'이 화제. 비빔밥 식사를 마치고 한국 기사들이 거의 다 일어날 무렵 느닷없이 "한 그릇 더!"를 외친 것. 마주앉아 있던 이창호 九단이 "대국 때 한 그릇 다 비우는 경우조차 못 봤는데…" 하며 놀라자 이세돌은 "바둑 졌는데 밥이라도 많이 먹어야지요"라며 완벽하게 2인분을 해치웠다. 배가 든든해진 덕인지 이세돌은 104수째부터 일찌감치 마지막 1분에 몰리는 전력 투구 속에 기어이 역전승을 끌어냈다. 이 바둑은 이날 벌어진 16국 중 가장 늦은 오후 6시40분에 끝났다.

○…직장에 휴가까지 내고 불원천리 대국장으로 달려온 모정(母情)이 있어 눈길을 모았다. 만 15세로 이번 대회 출전자 중 최연소인 김승재 초단의 어머니 김영심(44)씨가 그 주인공. 김승재의 성장 배경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 어머니가 헌신적 뒷바라지로 키워냈다"고 귀띔했다. 김승재는 그러나 일본 야마시타에게 분패, 다음을 기약하는 데 그쳤다.

○…제13회 LG배 개막전이 열린 만해 마을은 민족 운동가이자 시인인 만해 한용운 선생을 기리기 위해 만든 수련장. 계곡에서 눈이 시리도록 맑은 내설악의 물이 흐르고, 맑은 공기와 고즈넉한 분위기가 바둑행사를 치르기엔 그만이란 평을 받았다. 대국 전날 8㎞ 거리의 백담사 답사에는 조치훈 창하오 왕레이 등 외국기사들까지 따라나서 머리를 식혔다.

○…쓰촨(四川)성 대지진 여파로중국 선수단에 차질이 우려됐으나 참가 예정 기사들 전원이 도착하자 관계자들은 안도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