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속 한국인… 그 오묘한 '자아'에 대해 묻다

마이클 주(42)는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고, 2006년 광주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은 한국계 미국작가다. 그가 현대미술계에 처음 이름을 알린 것은 1994년 영국 작가 대미언 허스트(Hirst·43)가 기획한 그룹전에 참가하면서부터다.

데뷔 초기에 그는 여자 한복을 입은 자화상 사진, 자신을 여성 캐릭터로 그려 넣은 비행기 동체의 일부 등을 발표했다. 백인 중심의 국제 미술계에서 소수 인종 작가가 주목을 받으려면, 이런 식으로 인종·성별·지역을 주제로 작업하는 게 쉽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주류 사회가 소수자 사회에 안배하는 기회를 받아먹고 사는 사람들을 '토크니스트(tokenist)'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마이클 주는 '토크니스트 예술가'일까?

마이클 주의 근작들은 일견 시적(詩的)이거나 초월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질은 여전히 인종적이다. 그는 자연물처럼 보이는 형태를 인공적 질료로 제작하거나, 그 뼈대를 덧대고 감싸 외피를 변형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는 '정체성 조작'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껍질 없는 얼룩말 모형을 만들고 흰 가죽이 있어야 할 자리는 비우고 검정 얼룩이 있어야 할 자리만 회색 플라스틱으로 덮은 설치미술 〈벗겨진(본능적인)〉(2005)이 좋은 예다.

다음달 20일까지 서울 화동 PKM갤러리에서 열리는 《마이클 주 개인전》에 걸린 얼룩말 무늬 부조들도 그 연장선에 있다. 작가가 '얼룩말'이라는 이국적인 생물을 통해 이야기하는 바는 "표피의 힘과 가치"인 듯하다.

미국 주류 미술계는 마이클 주를 "자연과 과학의 경계,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문제 삼는 예술가"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비판적 평자들은 "어떻게 해야 백인 중심의 미술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리하는 아시아 작가"라고 냉소한다. 자연과 과학의 접촉면, 자연과 인공의 하이브리드, 동양과 서양의 재구성 따위는 자기 연출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타자성을 이용해 자신을 연출하고, 힘을 구사하는 것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마이클 주가 종종 자신의 전거로 삼는 독일의 전위 예술가 요셉 보이스(Beuys·1921~1986)도 그랬다.

생전에 보이스는 자신이 2차대전 중 크림 반도에서 싸우다가 전투기가 추락해서 중립자인 타타르 부족에게 구조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 "타타르인과의 조우"를 두고두고 언급했다. 타타르 부족이 자신을 구하면서 "너는 독일군도, 러시아군도 아니고 그저 타타르인일 뿐"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일화는 훗날 허구로 드러났다.

보이스가 없는 일을 지어내면서까지 너스레를 떤 것은 그에게 원대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이스는 "나는 미국인을 좋아하고 미국인은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의 꿈은 '정체성 조작'을 통해 패전국 독일에 대한 미국 미술계의 싸늘한 시선을 누그러뜨리고, 미국인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독일 현대미술에 새로운 발언권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과연 마이클 주에게도 숨은 비전이 있을까? (02)734-9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