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다섯 바비'는 화려한 싱글로 남아 있을까?

무대에 곡선이라곤 없다. 격자무늬 타일 위에 블럭 같은 상자들이 쌓여 있고 벽은 수직의 줄무늬다. 서른다섯 번째 생일을 맞은 독신남 바비(고영빈)가 주인공인 이 뮤지컬은 차갑고 직설적이다. 케이크 촛불을 끄고 소원을 말해야 하는 순간 바비는 망설인다. 그리고 축하해주러 온 다섯 커플을 하나씩 돌아보기 시작한다. 관계의 재구성이다. "너도 이제 결혼해야지" 하는 그들의 얼굴 뒤로 '평생 화려한 싱글로 남아줘'라는 속마음을 읽는다.

《스위니 토드》로 증명된 스티븐 손드하임(작사·작곡가)의 에너지는 이 뮤지컬 《컴퍼니》(연출 이지나)에도 출렁인다. 바비를 에워싸고 있는 다섯 커플은 하나같이 기이하지만 뿌리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금주(禁酒)와 다이어트로 물고 물리는 짝인 해리(서영주)·사라(이정화), 보수적이라 일탈이 더 파격적인 데이빗(홍경수)·제니(양꽃님), 이혼하고도 한 집에 사는 피터(선우)·수잔(박수민), 결혼 직전 흔들리는 폴(민영기)·에이미(방진의), 남자는 한없이 너그럽고 여자는 한없이 거친 래리(김태한)·조앤(구원영)까지…. 음악·춤·조명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예측불허인 뮤지컬이지만 정교한 퍼즐 맞추기처럼 바비의 심리 변화를 잡아낸다.

관객은 "결코 둘은 하나가 될 수 없어/ 하나 같은 둘―"이라는 해리의 노래, 결혼의 궤도 밖으로 질주하는 조앤의 캐릭터 등 무대를 채우는 남녀 관계들에 적극 호응했다. 바비의 세 여자 중 에이프릴(유나영)은 등장할 때마다 객석에 폭소가 터졌다. "흠흠" 하는 감탄사로도 음악을 뽑아내는 작곡가, 심플하지만 세련된 세트와 조명이 연쇄 폭발했고 마무리도 깔끔했다.

이 《컴퍼니》가 이주노동자를 소재로 풍부한 감성을 보여준 《빨래》(추민주 작·연출)와 함께 6월의 뮤지컬 추천작으로 선정됐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등 뮤지컬 전문가 3명은 5월 28일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30여편 가운데 《이블데드》를 3위로, 《형제는 용감했다》와 《굿바이걸》을 공동 4위로 뽑았다. 《컴퍼니》는 전체적으로 호평받았지만 "MR(녹음반주)이라 몇몇 배우들이 박자를 놓쳤고, 음향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6월 개막할 뮤지컬 중에는 《블루맨 그룹》 첫 내한공연,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소재로 한 《유로비트》, 류정한·김무열의 《쓰릴미》, 김다현 송용진 등이 출연하는 《헤드윅》이 기대작으로 꼽혔다.

▶《컴퍼니》는 8월 1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02)501-7888 《빨래》는 8월 17일까지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02)6083-1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