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예선결승] 백인백색(百人百色)

 

 

〈제5보〉(73~90)=바둑의 모든 장면에는 '유일한 정답'이란 게 있을까. 초반 포석시절 최적의 수를 찾아낸다는 건 신(神)의 영역으로 간주된다. 허허벌판 드넓은 공간에선 갖가지 창의적 구상이 가능하기 때문. 그러나 중반에 접어들면 급한 곳이 많아지면서 '이 한 수'가 제법 등장한다. 쌍방 영역이 구체화하는 종반 무렵엔 바둑은 계산의 게임으로 변하고 '정답률'도 크게 높아진다.

백이 ?에 둔 장면. 중반의 고비다. 73과 74자리 둘 중 어디가 정답일까. 여기서 내로라하는 고수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실리파 박영훈은 "눈 딱 감고 73에 때려내고 볼 일"이라고 했고, 세력파 최원용은 "하늘이 두 쪽 나도 74로 뚫겠다"고 했다. 참고 1도와 실전을 비교한 뒤 선택은 각자의 자유다.

그 다음도 엇갈렸다. 백홍석은 "75나 76 모두 전국의 급소인 77로 가야했다"란 의견을 냈으나 동료들로부터 "참고 2도는 흑이 좋다"는 핀잔(?)을 들었다. 하지만 위빈은 76같은 자리는 죽어도 안 놓치는 골수 실리파다. 바둑이란 얼마나 어려운 게임인가. 아무튼 83 이후 90의 끊음까지 좌하쪽에 새로운 전단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