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1년 연속 우승을 이끌 주역은 누구일까. 제21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준준결승전이 7일 중국 베이징서 벌어진다. 8강의 절반을 점유한 한국기사 중 누가 후지쓰봉(峰) 정상에 '태극기'를 꽂게 될지 이번 회전(會戰)에서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
이세돌은 중국 구리(古力)와 또 한 차례 한·중 정상대결을 펼치게 됐다. 둘 간의 전적은 6승 6패(중국리그 3승 3패 포함)로 팽팽하지만 가장 최근 두 판을 구리가 이겨 결과를 속단하기 힘들다. 국내 2위 이창호는 천적으로 불리는 일본 요다(依田紀基)와 대결한다. 이창호는 대요다전 초창기 열세를 따라잡았다가 2006년 다시 2연패, 현재 8승 10패로 뒤져 있다.
전기 우승자 박영훈(한국 3위)과 창하오(常昊·중국 2위) 간의 격돌도 흥미롭다. 박영훈이 3연승을 달리다 2006년 이후 2패를 허용 중이다. 둘은 올가을 벌어질 제13회 LG배 8강전서도 같은 추첨번호를 뽑아 놓은 상태. 국내 5위인 조한승은 이번 대회서 2승만 추가하면 병역특례 수혜 대상이 돼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다. 상대인 중국 류싱(劉星·중국 12위)과는 3년 전 TV 속기로 한 차례 격돌, 조한승이 백으로 반 집을 이긴 바 있다.
한국은 98년 제11회 이후 지난해까지 후지쓰배서 10년 연속 우승컵을 가져왔다. 바둑 사상 처음 있었던 이 기록이 올해 또 한 번 도전받고 있다. 우승상금 1500만엔(약 1억5000만원). 내달 5일과 7일 준결승 및 결승전을 거쳐 그 주인이 가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