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예선결승] 흑 실기(失機)

〈제7보〉(111~127)=백홍석은 싹싹한 성격으로 동료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기사. 바둑에서도 대표적 낙관파로 분류된다. 하지만 '낙관파'란 형세판단 때 냉정함이 부족하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또한 싸움터에서 '사람 좋다'는 말은 '승부사로선 좀 부족하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경우도 많다. 좀 더 모질고 냉정해지라는 주변 충고를 백홍석은 가슴에 새겨야 할 것 같다.

115까지 서로 자체 정비에 바쁘다. 어쨌거나 흑은 백이 주인이었던 좌하귀에서 터를 잡았고, 우중앙 발언권도 백보다 커서 괜찮은 진행. 백도 118로 두텁게 꼬부린 뒤 122까지 허약하던 하중앙 백과 '도킹'해 한시름 덜었다. 순간 흑에게서 연속 의문수가 등장한다. 우선 123. 참고도 1로 지켰으면 흑의 우세가 지속됐을 것이다. 백 2 절단은 7까지 별 게 없다.

더 큰 실착은 125. 123의 체면 때문에 덩치를 키운 건데, 백은 돌아보지도 않고 126의 대세점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 한 수로 바둑은 백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지나친 낙관으로 인한 순간 집중력 저하현상이랄까. 흑이 127로 공배를 메울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곧바로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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