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예선결승] 아킬레스건(腱)

〈제8보〉(127~140)=위빈은 축구 등 스포츠에도 능하고 기타 및 피아노 연주도 뛰어난 팔방미인. 하지만 그의 진짜 '주특기'는 컴퓨터 다루기다. 위빈이 독자적으로 개발했던 기보(棋譜)관리 방식은 10여 년째 중국기원 공식 시스템으로 아직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을 정도. 항상 웃는 얼굴의 그는 아이들을 유난히 좋아해 '아동 단장'이란 별명으로도 불린다.

한창 바쁜 중반전의 와중에 흑이 127로 '공배'를 둔 장면. 공배는 한 톨의 '생산성'도 없이 한 수가 놀았음을 뜻한다. 여간해선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 127 자리는 역시 흑에겐 '아킬레스의 건(腱)' 같은 약점이었다. 참고도를 보자. 하변 보강을 외면하고 1, 3 등으로 두었다고 할 경우 백 4로 빠지는 수가 절묘한 맥점이 된다.

흑은 5로 잇는 수밖에 없는데, 그때 6 이하 10까지 1선으로 넘어가는 패(覇)가 발생하는 것. 이렇게 된다면 물론 흑이 보따리를 싸야 한다. 127로 공배를 둘 수밖에 없었던 배경엔 이런 사연이 있었다. 132까지 백의 손길에 신바람이 실렸고 흑은 급해졌다. 133으론 '가'에 포위해 ?를 잡고 싶으나 백이 '나'에만 붙여와도 잘 안 된다. 140 이후 흑은 재역전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