찝찝함을 곱씹어보게 하는 영화 '더 킹'

어렵다. 불편하다.

종교에 상관없이 심기가 불편해지는 영화다. 장르는 분명 드라마인데 스릴러마냥 가슴이 초조해진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수면의 과학' 등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캐릭터를 구축한 배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이번에는 욕망과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해 신의 가치를 되묻는다.

막 해군 복무를 마치고 나온 엘비스(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는 사창가에 들러 욕정을 해소한 뒤 어느 한적한 마을의 교회에 찾아간다. 그곳은 다름 아닌 그의 아버지(윌리엄 허트)가 목사로 있는 곳. 오래 전 사생아로 태어나 어머니를 여의고 찾아온 것이지만 이미 반듯한 새 가정을 꾸민 아버지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한편, 교회에서 우연히 본 소녀 멜러리(펠 제임스)에게 사랑을 느낀 엘비스는 적극적으로 대시해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문제는 멜러리는 아버지의 딸, 자신의 이복 여동생이라는 것이다.

엘비스의 복수는 참으로 지독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처음으로 만난 아들을 노골적으로 적대시하는 매정한 아버지 앞에서, 그는 "그냥 인사하러 온 거에요. 그뿐이에요."라며 미소를 띤다. 이후 불쑥불쑥 나타나 아버지의 심기를 건드리는 대신, 은밀히 집 앞에 찾아가 딸을 유혹한다. 그게 처음부터 복수의 방법으로 계획된 것인지, 교회에서 우연히 마주쳐 운명적 사랑에 빠지게 된 건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그러나 진정 사랑에 빠진 것이라고 해도 이후의 파렴치한 범죄 행위는 의도적으로 다소 과잉됐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영화는 신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양면성에 대한 탐구에 가깝다. 목사라는 신분으로 많은 이들을 계도하면서도 생계유지 수단으로 끔찍한 사슴 사냥을 일삼고, 창녀가 낳은 자신의 아들을 냉대하는 모순적 행태가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데이빗은 아들 폴이 실종되는 한바탕 사건이 일어난 후에야 비로소 엘비스를 불러들여 가족의 일원으로 맞이하고 지난 삶을 참회한다. 여기서 잠깐 평화가 오는 듯 싶지만 엘비스의 눈빛은 여전히 위태로워 보이더니, 마침내 파국으로 치닫는다.

감독은 가족 간의 감동적인 용서와 화해 대신 끔찍한 복수의 피날레를 선택해 찝찝한 여운을 남긴다. 잔잔한 배경 속에 어딘가 탁하고 음침한 주인공의 삐뚤어진 행보는, 인간의 삶 모순된 이면에 던져지는 직격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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