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웅 기자의 촉촉한 시선] '찾아가는 영화제'를 아세요?

어제(5일)는 환경의 날. 서울 북가좌초등학교 전교생은 이날 학교 자기 의자에 앉아 환경영화제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환경영화제는 지난주에 다 끝났는데 무슨 소리냐고요? 올해 제5회를 치른 이 영화제의 색다른 시도 덕분입니다. 영화제를 요리에 비유하는 게 경박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출장 뷔페처럼 출장 영화제 혹은 찾아가는 영화제라고 부르면 어떨까요. 공식 명칭은 '환경재단 그린 아카이브(http://archive.green festival.kr)'. 매년 열리는 서울환경영화제의 우수작을 선별해 DVD 형태로 제작·보관하고 대여(편당 2만원·문의 02-2011-4380)하는 일종의 영화 도서관입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장소에서 보고 싶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거죠. 북가좌초등학교의 소년소녀들은 이날 '나의 숲을 지켜줘' '아낌 없이 주는 나무' 등 환경을 소재로 한 최신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환경이라는 콘텐츠의 특수성이 한몫 했겠지만, '찾아가는 영화제'는 발상 자체가 다릅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관객이 상영 작품을 선택하는 방식이며, 최소 수억 원이 필요한 기존 주류 영화제와 달리 편당 2만원이면 가능한 초미니 영화제라는 것이죠. 물론 영화제라는 호칭이 과해 보이는 소박한 형식입니다. 하지만 무작정 덩치만 키우거나 별 차별성이 없는데도 출범부터 시키고 보자는 일부 영화제들 사이에서 '그린 아카이브'의 작지만 의미 있는 노력이 반갑습니다.

아직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그린 아카이브의 시작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환경영화제 이해광 사무국장은 "환경 콘텐츠에 대한 대여 문의가 꾸준히 들어와 얼떨결에 시작했는데, 지난달까지 벌써 120~130여 회의 행사를 치렀다"며 뿌듯해 했습니다. 두산초등학교, 경복고등학교, 전남대학교, 세종대학교 등 학교의 요청으로 상영회를 가졌고, 각 지역 환경연합과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행사도 속속 예약을 받고 있답니다. 오는 6월 18일부터 22일까지는 과천에서, 9월에는 창원에서도 환경영화제를 개최한다는군요. 이때는 DVD가 아니라 극장에서의 필름 상영이랍니다. 의미와 필요성을 인정한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 말 그대로 '찾아가는 영화제'가 가능해진 것이죠.

물론 어려움도 있습니다. 일단은 예산 문제죠. 필름으로만 가지고 있는 작품을 자막을 넣어 DVD로 제작할 때 드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답니다. 또 환경영화제 측에서는 최소한의 제작 실비라지만, 2만원의 대여료를 이해하지 못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설득하는 문제도 쉽지 않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을 만든 감독들에게 일일이 저작권 관련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다행히도 공익성을 인정해 무상으로 기증해주는 외국 감독들이 많다는군요. 올해에도 이 국장은 영화제가 끝나자마자 상영작품 150편의 감독에게 무상기증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답니다. 부디 많은 긍정적인 답장이 도착하기를,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