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九단만 유일하게 4강에 오르면서 한국바둑의 후지쓰배 11연패(連覇)에 비상이 걸렸다. 7일 중국 베이징서 벌어진 제21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준준결승전서 이창호는 한때 천적으로 불렸던 일본의 요다(依田紀基)를 200수만에 흑 3집 반 차로 눌러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창호는 이날 승리로 올해 시즌 치러지고 있는 춘란배 잉씨배 LG배(이상 8강), 후지쓰배(4강) 등 4대 메이저급 국제대회서 모두 생존 중인 유일한 한국기사로 남게 됐다. 이 과정에서 7연승 가도를 질주 중이다. 이 九단은 내달 5일 도쿄 일본기원서 중국 류싱(劉星)을 상대로 결승 티켓을 다투게 됐다.
그러나 함께 출전했던 나머지 한국기사 3명은 이날 모조리 중국기사에 패해 탈락했다. 전기 우승자 박영훈 九단은 창하오(常昊·중국 2위)에게, 조한승은 류싱(중국 12위)에게 무너졌다. 현역 세계 4관왕으로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이세돌 九단도 중국 구리(古力)와의 한 중 1인자 싸움에서 무리한 싸움 끝에 대마를 잡히고 항복했다.
후지쓰배는 98년 제11회 이후 지난해까지 한국기사들이 10년 연속 우승, 세계바둑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우며 한국의 텃밭으로 간주돼 왔던 대회. 준결승전이 한국 1, 중국 3명의 구도로 잡히면서 이창호 혼자 11연패의 부담을 안게 됐다. 후지쓰배에는 1500만엔(약 1억5000만원)의 우승상금이 걸려있다. 또 한 판의 준결승은 구리 대 창하오전으로 진행되며 결승전은 7월 7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