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예선결승] 반발의 예술(藝術)

〈제10보〉(159~177)=한판 바둑은 대국자 쌍방의 끊임없는 반발과 대립 속에 이뤄진다. 예술세계의 듀엣(duet)이나 이인무(二人舞) 등이 상호협력과 보완으로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과는 정반대다. 바로 이 점이 '바둑 예술론자'들의 입지를 제한해왔다. 하지만 서로 싸우고 거스르는 가운데서도 명국(名局)은 나름의 조화와 독특한 비장미를 창조해 낸다. 적(敵)과 함께 혼신의 힘을 쏟아 완성해낸 기보가 주는 감동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안다. 그렇다면 바둑의 명국도 훌륭한 한 편의 예술작품(piece) 자격을 갖춘 게 아닐까.

159는 당연한 반발. 참고도 1의 후퇴는 4까지 중앙을 내줘 '무난히' 진다. 백도 160이 준비된 응징수단으로 결국 163까지 패(覇)가 났다. 163으로 ?는 백 '가'로 중앙 흑 2점이 고립된다. 쌍방 승부가 치열하게 어울렸다. 백도 대가(代價)를 못 구하면 진다. 피차 자체 팻감만 통하는 긴박한 상황이다.

176까지 바둑판 하반부에 혈흔(血痕)이 낭자하다. 그리곤 177의 용패(用覇). 받아줄 것인가, 패를 해소할 것인가. 아찔한 승부의 분수령 꼭대기에서 형세가 춤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