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예선결승] 엎지른 물

〈제11보〉(178~190)=머리도 식힐 겸, 팬들의 바둑상식도 점검할 겸 4지선다형 문제 하나 풀어보자. 중국 프로기사들 중 세계제패 횟수가 가장 많은 기사는 다음 중 누구일까. ①구리(古力) ②마샤오춘(馬曉春) ③창하오(常昊) ④위빈(兪斌). 정답은 4번 위빈이다. 그는 LG배 1번, TV아시아 2번 등 총 3회 우승했다. 속기(速棋) 대회가 2개나 되지만 그렇더라도 엄연한 세계우승 아닌가. 나머지 3명은 정상정복 횟수가 각 2회씩이다.

흑이 ?에 팻감을 써 온 장면. 백은 받지 않고 178로 패를 해소했는데 이 수가 패착이 됐다. 179를 허용, 좌하귀를 버린 대가로 하변을 관통하고 182로 중앙을 지켰지만 이 교환은 흑이 '남는 장사'였기 때문. 무조건 참고도 1에 받을 장면이다. 이하 24까지를 상정한다면 흑이 덤에 걸리는 형세였다.

실전처럼 돼선 거꾸로 백이 여간해선 이 바둑을 뒤집기 힘들게 됐다. 수를 내 놓고도 순간적 판단 미스로 승기를 놓쳤으니 위빈으로선 엎지른 물이요, 다 된 밥에 코 빠뜨린 격이랄까. 땅 한 평이 아쉬운 판에 '가'로 안 막고 190으로 늦춘 '사연'은 다음 보에서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