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베이징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즈 이창호·이세돌 출전할까

이창호와 이세돌의 제1회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즈(WMSG) 출전 여부가 바둑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종료 직후인 10월 3일부터 보름간 베이징서 펼쳐지
는 이 대회는 바둑을 포함해 체스 브리지 체커 중국장기 등 5개 부문서 세계 최강을 가리는‘마인드 올림픽’. 전 세계에서 최소한 100개국 2000명 이상의 참가가 예상된다. 바둑만 놓고 보면 국제경기연맹총연합(GAISF)가맹단체인 국제바둑연맹(IGO)이 주관하는 최초의 본격 두뇌스포츠 축제이기도 하다.

이 대회엔 대국료가 없다. 메달다툼은 사실상 프로들의 몫이란 점을 감안하면 기사들로선 썩 내키는 행사가 아니다. 든든한 대회 스폰서가 있음에도 개최 측은 오히려 출전선수들의 항공료와 선수촌 입촌 비용까지 해당국 기원에 부담시킨다. 금메달 수도 체스(10개)나 브리지(9개)에 비해 바둑은 6개로 들러리(?) 같은 느낌을 준다. 게다가 대회기간도 보름이나 돼 국내외 주요대회와 많이 겹친다. 국내 톱 클래스 기사들이 그동안 이 행사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온 데는 이런 이유들이 작용했다.

하지만 주최국 중국이 구리(古力) 창하오(常昊) 쿵제(孔杰), 일본도 야마시타(山下敬吾) 다카오(高尾紳路) 고노린(河野臨) 등 자국 최정상 멤버로 팀을 구성하고 '종주국'으로 행세할 움직임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한국기원은 지난달 서둘러 금메달 획득기사에게 500만원(단체전도 동일액 지급)의 포상금을 내거는 한편 바둑리그 참가 팀 등에게도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또 국내 최상위권 남녀 랭커 20여 명을 소집해 설득작전을 펼쳐 참가자 대부분으로부터 출전 약속을 받아냈다. 개중엔 박정상 九단처럼 "꼭 가고 싶다"고 말하는 적극파들도 여럿 생겨났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국내 1·2위인 이세돌과 이창호로부터는 아직 확답을 얻어내지 못한 상태. 둘은 실력도 실력이려니와 상징적으로도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이란 점에서 한국기원이 애를 태우고 있다. 남자 13명, 여자 9명 등 선수단 22명 구성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는 것도 이 둘의 출전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단체전에 필요한 2~3명의 후보 멤버들은 대한바둑협회와의 상의를 거쳐 아마추어로 충원할 예정인데, 이 역시 '양이(兩李)'의 최종결정이 변수로 남아 있다. 대회 엔트리 마감일은 오는 20일.

이 대회와 관련해 바둑계 한쪽에선 "수천 년 역사의 바둑을 개최국에서만 통하는 중국장기와 비슷하게 대접하는 행사"라며, "애국심을 내세워 많은 것을 포기시킬 게 아니라 희망자만 내보내자"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규모로 보나 첫 대회의 의미로 보나 한국이 확실하게 최강국임을 보여줄 최적의 기회인 만큼 반드시 최강멤버로 진용을 짜야 할 것"이란 쪽의 목소리가 좀 더 커 보인다. 한국기원 기전 팀 차재호 과장은 "국가와 바둑계의 체면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두 정상기사가 대승적 결단을 내려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