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강철중:공공의 적 1-1'로 충무로 흥행신화 다시 쓴다

설경구의 최대 매력은 무엇일까. 폭발하는 듯한 에너지, 객석을 압도해버리는 큰 호흡이 그를 스크린에서 더욱 빛나게 만들어준다. 기찻길에서 절규하거나('박하사탕'), 가슴 밑바닥에서 퍼낸 듯한 눈물로 스크린을 적시거나('오아시스') 설경구는 언제나 특별하다. 그의 힘은 예술 영화나, 오락 영화나 한결같다. 완급을 조절해가며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대표 흥행 시리즈인 '공공의 적'에서도 마찬가지다.



▶충무로 대표 흥행 시리즈의 화려한 귀환

강철중은 평단과 관객을 고루 흥분시킨 인물이다. 악당 때려잡는, 정의로운 영웅에서 비켜나가 선과 악이 복합적으로 녹아든 캐릭터에 모두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따라서 '공공의 적' 세번째 시리즈에 해당되는 '강철중:공공의 적 1-1'은 아예 이 매력적인 인물의 귀환을 전면에 알리기로 했다. 제목에서부터 강철중을 전면배치한 것이다.

19일 개봉되는 이 영화에서 설경구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막가파식 꼴통 형사다. 법보다는 주먹이 빠르고, 과학수사보다는 자신의 육감을 더욱 신뢰한다. 나쁜놈이 잘 사는 게 세상에서 제일 꼴보기 싫은 그는 고등학생시켜 청부살인하는 '공공의 적' 정재영을 잡기 위해 오늘도 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3편에서 강철중은 '기본만 하면 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어디 기본은 아무나 하나. 125분의 러닝타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데는 배우 설경구의 몫이 크다.　전세금 대출을 고민하는 일상적인 모습이 관객들을 느슨하게 만들어준다. 전편에 비해 현실감이 더해진 강철중이라는 캐릭터는 영화의 주춧돌을 세우면서, 연이어지는 코믹 폭소탄의 토대를 마련한다.

▶소심한 고등학생이 완벽주의 배우로

강철중은 고등학생 때 '좀' 놀았다. 불량학생이 커서 형사가 된 셈인데, 고등학생 설경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있는지 없는지, 티가 안나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고3때 연극영화과 간다고 하니까 선생님이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자기 자신도 몰랐던 연기 열정과 자신감이 그를 무대로 이끌었다. 응시자 중 여섯번째로 원서를 접수한 그는 구름 위에 둥둥 뜬 것 같은 상태에서 실기 시험을 봤다. 7분짜리 영화를 본 뒤 감상문도 간신히 써 냈다. 실기 점수는 거의 바닥을 깔았다.

"대학원 진학 권유도 많이 받았어요. 교수님들께서는 제가 공부를 하거나 연출가가 될 줄 아셨다더군요. 한마디로 배우할 놈이 아니다 싶으셨다는 거죠. 하하."

주위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길을 택한 설경구. 초인간적인 노력과 연기 집념이 그를 10년 여 세월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설경구가 '역도산'을 끝낸 뒤 '공공의 적'을 위해 20일만에 13㎏을 뺀 것은 유명한 일화. 우울증까지 겪어가면서 뺀 살이었지만, 이번 영화를 앞두고 다시 원상복귀시켰다. 그리고 크랭크 업 이후 한달 동안 매일 청계산에 오르고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반나절을 보냈다. 또 다음 작품이 그를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작은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해운대'다. 요즘 설경구는 부산 사투리 특훈 중. 일단 대사를 다 녹음한 뒤 억양을 철저히 외우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카메라 밖에서의 생활이 전무한, 그래서 언제 감독이 '콜'해도 제일 먼저 현장에 달려온다는 설경구. 진정 배우인 그에게는 언제나 하루 24시간이 짧다. 꽉찬 연기 내공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려는 욕심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