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초 호화카드

〈제1보〉(1~18)=국제 바둑대회에선 테니스나 탁구처럼 강자를 분산 배정하는 '시드' 방식을 적용하지 않는다. 통일된 세계랭킹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 추첨으로 모든 대진을 결정하다 보니 결승전에서나 만날 법한 강자끼리의 대결이 초반부터 이뤄지곤 한다. 올해 제13회 LG배 1회전 (32강전)서도 초 호화카드가 탄생했다. 7회와 12회 대회 챔프인 이세돌과 9회 대회 때 우승했던 장쉬가 정면 격돌한 것. 이세돌에겐 2연패(連覇)의 야망도 걸려있다.

3으로 대뜸 걸친 수는 장쉬식 투지의 표현이다. 그는 백을 쥐었을 때는 18자리에 1착을, 흑일 때는 3 언저리에 두 번째 수를 놓고 다짜고짜 상대를 격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세돌이 4로 유연하게 비켜나고 쌍방 빈귀를 하나씩 차지하면서 아직 반상(盤上)에 화약 냄새는 일지 않고 있다. 결국 7까지 요즘 대유행을 타고 있는 '미니 중국식' 구도가 펼쳐졌다.

10으로 걸쳤을 때 11의 목(目)자는 장쉬가 남달리 좋아하는 응수. 여기서 17분이나 투입한 12가 평소의 이세돌답지 않게 얌전하다. 참고도의 정형(定型)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뜻일까. 13, 15로 귀를 선수로 지킨 뒤 17로 달렸고, 백이 18로 뛰어들면서 비로소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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