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현찰 챙기기

〈제2보〉(19~36)=이세돌과 장쉬는 손 꼽히는 숙적 관계다. 이 바둑을 두기 전까지 전적도 이세돌이 3승, 장쉬가 2승으로 팽팽한 대결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원한(?)은 아무래도 장쉬 쪽이 훨씬 더 클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해 초 제3회 도요타 덴소배 결승 3번기서 그는 첫 판을 이기고도 내리 2연패해 패권을 빼앗겼고, 직전 대국인 12회 LG배 8강전(11월) 역시 난타전 끝에 패해 이세돌의 우승을 어시스트(?) 했다.

장쉬의 필승의지는 철저한 실리전법으로 표출되기 시작한다. 19, 21로 '집 많은 사람이 이긴다'고 외치더니, 또다시 23에 뛰어들어 백의 보고(寶庫)에서 '알맹이'를 파먹겠다고 나섰다. 여기서 백이 25쪽에서 막는 수는 어떨까. 지금의 구도에선 참고도 11 다음 12의 삭감이 안성맞춤이어서 내키지 않는다.

아무튼 흑은 34까지 선수로 남의 집 안방에서 10집 가까이를 챙겼다. 불과 20여 수 만에 네 귀 모두에서 검은 깃발을 펄럭인 것. 35 역시 공수(攻守) 겸용이자 집으로 엄청나게 큰 곳이다. 이세돌이 몇 차례 한숨을 내뿜으며 14분이나 고심한 끝에 택한 곳은 36. 누가 봐도 좋은 곳이다. 그러나 이세돌은 국 후 이 수에 대해 엄청난 후회를 쏟아냈다. 무슨 이유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