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싱' 김태균 감독, "관객들 눈물이 북한에도 전달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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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충무로에서 완성된 게 기적이다"

김태균 감독은 영화 '크로싱'을 기적이라 말한다. 그도 그럴것이 톱스타가 즐비한 상업영화들도 관객과 만나기가 낙타 바늘구멍 들어가기 만큼이나 어려운 요즘 충무로에서 탈북자를 소재로한 영화가 완성됐다는 사실은 모세의 기적과 견줄만 하다.

당초 김 감독은 크로싱을 HD카메라로 촬영한 저예산 영화로 완성시킬 계획이었다. 그리고 막상 상업영화로 제작하기로 결정했을 때도 그는 프로듀서 역할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결국 연출이란 막중한 책임을 스스로 지고 말았다.

"작업을 위해 탈북자분들을 만났는데 그분들의 얼굴과 눈을 보고선 도저히 가만히 있질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연출을 맡기로 결심했죠. 그래도 차인표씨와 젊은 투자자 벤티지홀딩스가 없었다면 완성을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김태균 감독은 영화 '늑대의 유혹' '백만장자의 첫사랑' '화산고' '박봉곤 가출 사건' 등을 연출한 상업영화 감독. '크로싱'과 전작들의 색깔이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전 대중영화를 사랑하는 대중영화 감독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탈북자 문제에 대한 마음의 숙제가 오랫동안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이 소재가 영화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혼자만의 책임감이 있었죠."

그는 10년전 한창 탈북자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때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강한 충격을 받았다. 이때부터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그를 지긋하게 누르고 있었다. 사실 김 감독이 실향민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고향이 함경남도로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다. '크로싱'이 단순히 남북문제, 탈북자 문제를 보여주는 정치적 영화가 아닌 한 가족의 아픔을 그리는 이유도 그가 실향민 가족의 아픔을 절절히 알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가족 영화입니다. 단 그 가족이 북한의 가족이란 것이죠. 북한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과거의 프로파간다(propagandaㆍ사상이나 교의 등의 선전) 영화가 아닙니다."

그는 북한이 소재란 이유로 반공영화나 정치영화로 비쳐지는 것을 지극히 꺼려한다. 그래서 일부러 영화와 인물에 몰입을 배제하고 일정한 거리두기를 통해 객관적으로 표현했다. 당연히 슬픔을 강조해 눈물을 짜내는식의 신파도 피했다. 그러나 영화 전체를 통해 관객이 자기도 모르게 순식간에 흘러내리는 짧은 눈물을 막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는 이 작은 눈물이 북한에도 전달되길 희망한다.

"'크로싱'이 한국 관객에게도 중요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아픔을 잊지 않고 같이 울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