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2인분과 다이어트

〈제5보〉(64~78)=점심메뉴는 산채비빔밥. 동료들이 수저를 놓고 일어설 무렵, 이세돌이 씩씩하게 외쳤다. "한 그릇 더 주세요!" 마주 앉았던 이창호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평소 대국 때는 1인분 다 먹는 것도 못 봤는데…" "바둑 졌는데 배나 채우죠 뭐." "아침 걸렀어?" "당연히 먹었지요." 아무튼 그날 기원 여직원 둘은 한 그릇을 반씩 나눠 먹었다. 이세돌 덕분에 단행된 예정에 없던 다이어트였다.

64는 축이 유리한 만큼 당연한 반발. 65는 축머리이자 오전 봉수(封手)점이었다. 이 골치 아픈 대목을 점심시간 숙제로 건네받고도 두 그릇을 싹 비운 식욕은 존경할 만했다. 66으로 참고도 1이면 흑은 2, 4 다음 A와 B를 맞본다. 67 젖히고 68에 맞끊어 두 파이터의 야성(野性)이 제대로 폭발하고 있다. 75까지는 필연.

76은 비상수단이다. 이 수로 '가'면 흑은 '나'로 다가선다. 다시 백 '다'면 흑 '라'로 경쾌하게 뛸 것이다. 흑도 77로 '마'로 좌상을 정비하면 백 '바'를 맞아 좌변 흑 2점이 익사한다. 78이 놓인 것은 이때였다. 이 바둑을 본격적 활극으로 이끈 문제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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