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기호지세(騎虎之勢)

〈제6보〉(79~94)=대만 출신인 장쉬의 처가 쪽 배경은 화려함의 극치다. 아내가 일본 여류 중 톱 클래스로 분류되는 이즈미(泉美) 六단이고, 한때 일본 바둑계를 석권했던 고바야시(小林光一) 九단이 장인이다. 타계한 장모 레이코(藝子)씨 역시 60·70년대 최고의 여성 스타였다. 레이코의 부친은 저 유명한 기타니(木谷實) 九단. 세계 바둑의 본산지를 자임해온 일본 바둑계의 최고 데릴사위(?)라고나 해야 할까.

백 △는 중앙 정비에 앞선 응수 타진인데, 여기서 아무도 상상 못한 79란 초(超)강수가 등장했다. 기리(棋理)로는 참고 1도 1이지만 8까지 백이 수습해 낙이 없다고 본 것. 백도 이제는 80으로 '가'가 성립하지 않는다. 참고 2도 20까지, 미리 두어놓은 ▲(실전 79)의 효과로 오히려 좌상쪽 백이 쫓기게 된다.

백은 일단 80으로 자신부터 틀을 잡았다. 83, 85도 검토실의 예상을 벗어난 수. 많은 기사들이 83으론 86에 두어 좌상귀를 접수한 뒤 중앙 흑의 생사에 승부를 걸 것으로 봤다. 백도 발끈해 86으로 즉각 반응했다. 94까지 쌍방 기호지세. 난해하고 복잡한 난타전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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