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점유율 7.8%. 요즘처럼 한국 영화가 어려운 시기도 없었다고 한다. 반면 할리우드에서는 볼만한 대작 블록버스터들이 융단 폭격하듯 쉬지 않고 몰려온다. '아이언맨'이 기선제압을 하더니 쿵푸하는 팬더, 고뇌하는 헐크 등이 줄을 이어 관객들을 황홀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추격자' 이후로 이렇다 할 기대작이 없던 한국 영화로서는 당연히 초래된 위기였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런 와중 '강철중'이 돌아왔다. 승부사 강우석 감독이 '공공의 적'의 최대 히트 캐릭터 강철중을 다시 살려 야심차게 만들었으니, 승률이 꽤 높은 게임이다. "모든 것을 걸었다"고 말하는 강우석 감독에게선 비장함 마저 느껴진다.
어느덧 15년차 베테랑 형사가 된 강철중(설경구). 변변찮은 형편에 전세금도 마련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화가 나서 사표를 제출하지만 엄반장(강신일)은 그를 회유하려 애쓴다. 그 즈음 어느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피살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피해자의 친구들을 조사하던 중 강철중은 특유의 감각으로 단서를 잡아 이 사건이 단순 10대 범죄가 아닌, 대기업 '거성 그룹'과 관련돼 있음을 알아챈다. 사건의 배후에는 10대 문제아들을 폭력 용역 조직으로 키우는 회장 이원술(정재영)이 있었다.
무모하리만치 단순한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폭력 형사인 그의 캐릭터는 변함없다. 그의 '무데뽀' 주먹 앞에 '공공의 적'은 이번에도 얼마나 처참하게 나가떨어지던가.
영화를 보는 내내 여기저기에서 유쾌한 웃음소리가 번졌다. 강철중이 딸의 학교에 일일 교사로 찾아가 제멋대로 성질을 부리는 모습에서, 가족 농장에서 이원술과 맞닥뜨려 한바탕 소란을 피우는 장면에서, 이문식과 유해진 등 각종 카메오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장면 등등에서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힘들다.
그러나 한바탕 웃고 극장을 나설 때 어딘가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알맹이란 바로, 강철중이 맞서 싸우는 이원술라는 인물이다. 이성재가 연기했던 1편의 조규환이라는 인물과 달리, 이원술은 장진(각본)식 유머 코드를 적절히 소화해내며 강철중 이상의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코미디 욕심을 과도하게 부린 탓에, 정작 중요한 '공공의 적' 캐릭터는 슬며시 꼬리를 내린다.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하게 수사가 진행되면서 가장 급박하게 진행되어야 할 중반 부분이 늘어지는 것이다. 두 시간 남짓 하는 러닝타임이 자칫 길게 느껴진다.
벌써부터 11주 만에 한국 영화 예매율 1위, 개봉일 20만 관객 동원 등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강철중: 공공의 적1-1'. 몇 가지 아쉬움을 뒤로 하고서라도, 무식한 다혈질 형사 강철중은 여전히 매력 있는 캐릭터임에 분명하다. 아무쪼록 강철중과 한국 영화를 향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강우석 감독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를.
< 이은빈 인터넷 객원기자 scblog.chosun.com/cuci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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