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난장판

〈제9보〉(118~126)=장쉬는 한국 이세돌, 중국 구리(古力) 등과 함께 대표적 힘바둑(力棋)으로 분류된다. 계산보다는 힘에 의존하는 스타일들이 현재 각국 최고스타로 군림 중이란 사실이 주목할 만하다. 싸움꾼들이 만나면 바둑은 언제나 난장판이 되게 마련. 이 바둑이 그 전형이다.

118로 119에 두어 상변을 잡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참고 1도 8 이후 상변과 중앙에 약점이 너무 많다. 118로 참고 2도 1에 뛰는 수는? 꽤 어려운 수순을 거쳐 14까지 좌상귀는 살아가고 상변은 흑의 꽃놀이 패(覇)가 된다. 흑도 121로 참고 3도 1로 버티고 싶지만 백이 한 수 빠르다. 122까지 쌍방 지모(智謀)를 다한 빈틈없는 공방.

123은 자체로 엄청나게 위력적인 돌파다. 이 자리를 거꾸로 백에게 막히는 것과는 천양지차. 그렇다곤 해도 이제는 상변 흑을 살려야 할 차례 아닌가. 아무리 123 자리가 크다고 해도 상변이 잡히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런데 백도 '가'에 뛰어 상변을 잡지 않고 덩달아 124, 126으로 참아둔다. 이 엄청난 묵계(?)의 이면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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