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윤 기자의 시네마 핫!] 스페인은 한국과 형제?

두 나라 모두 DVD 시장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이다 보니 영화 마케팅 비용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도 비슷하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의 경우 마케팅 비용을 '마이너스'까지 각오하며 대규모로 쏟아 붓지만 우리는 최대한 아기자기한 마케팅을 펼친다는 것이다. '아이스 에이지2'의 경우 마케팅 아이디어는 '멜팅'(녹는 것)이었고, 다른 나라들은 하천에 빙하 모양을 올려 놓는다, 3D로 체험관을 만든다 등의 아이디어를 내 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스페인과 한국은 유독 비슷하게 '물 같은 액체가 들어있는 비닐 팩으로 잡지 등을 포장해 홍보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했다.

몇몇 학자들은 반도적 기질에 주목하며, 요즘 각광 받는 '하이브리드(雜種) 문화'의 본질에서 근원을 찾고 있다. 지역 갈등이 심한 것도 유사하다. 스페인에선 지금도 바스크 지방이나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 독립 운동이 일고 있다. 카탈루냐의 대표적 도시 바르셀로나의 경우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스페인이 한국에게 패하자 '한국, 감사합니다'라는 구호가 도시를 점령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스페인에게 '연민의 정'이 붙을 찰나 아이로니컬하게 히딩크의 한국에게 졌던 스페인이 이번 유럽 축구 대회에서 또 히딩크의 러시아와 맞붙었다. 우리와 비슷한 기질을 가진 그들이라지만, '기질'보다는 '인연'에 무게 중심이 기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스페인을 '형제'처럼 대하는 건 2010년쯤에나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기질적으로 비슷한 게 있나 봐요. 해외 영화에 대한 선호도나 흥행 정도를 분석해 보면 우리랑 가장 비슷한 나라가 스페인이에요. 그러다 보니 마케팅 방법도 거의 똑같다니까요. 본사에 마케팅 관련 발표할 때 서로 먼저 하려고 해요. 내용이 워낙 비슷하니까 나중에 하면 베낀 것 같거든요."

일본도, 중국도 아닌 스페인이란다. 얼마 전 만난 한 직배사의 마케팅담당 부장은 "스페인을 보면 한국이 보이고, 한국을 보면 스페인이 보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한국에서 110억원(1100만 달러·온라인 집계 사이트 boxofficemojo 기준)의 티켓판매를 기록한 '점퍼'의 경우 스페인에서 1000만 달러 정도를 거둬들이며 흥행에서 성공했다. 마케팅을 집중 공략한 호주는 800만 달러, 이탈리아는 4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윌 스미스의 '나는 전설이다'(2007)는 한국에서 1700만 달러를, 스페인에서는 19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영국의 경우 5200만 달러를, 일본은 4000만 달러, 이탈리아에서도 2100만 달러의 수입을 거둔 작품이다.

'본 얼티메이텀'(2007)의 경우는 더욱 비슷하다. 둘 다 1400만 달러를 살짝 넘겼다. 할리우드 대작은 대부분 성공하는 일본에선 1500만 달러를 버는 데 그쳤고, 영국은 4700만 달러를 가져갔다. 단지 두 나라의 인구가 비슷하기 때문(약 4500만명)이라고 말하기엔 다른 나라(영국·이탈리아 6000만명)와 비교해 봐도 딱 맞는 결론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