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거대한 음모(陰謀)

 

 

〈제12보〉(153~175)=많은 프로들이 "이세돌은 최신 기보(棋譜)치고 안 본 게 없더라"며 혀를 내두른다. 기사들에게 기보는 최고의 '학습과제'다. 이세돌은 또 국내외 주요 기사들의 신상과 배경까지 훤히 꿰뚫고 있다. 바쁜 틈 사이 공부와 정보 수집에 두루 열성인 천재가 성적을 못 올린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153으론 171로 이어 중앙 백을 노리고 싶은데 참고 1도처럼 잘 안 된다. 그러나 153은 좀 더 쉬운 수가 있었다. 참고 2도 7까지 틀어 막는 정도로 흑 우세는 불변이었다. 흑이 연속 기회를 놓치고 있다. 154 이하 158까지는 쌍방 최선이자 필연. 159, 160의 양패(兩覇)는 흑으로선 시간 연장의 보고(寶庫)다. 흑도 154부터 초읽기가 시작됐다.

165, 169는 단순한 시간 연장책 같지만 나름의 거대한 음모가 숨어 있었다. 171로 죽은 돌을 잇자 그 윤곽이 드러난다. 173 봉쇄도 선수. 그런 뒤 175가 떨어졌다. 우변 백에 대한 정면 공격이다. 하지만 흑은 대마 공격 외에 또 하나를 노리고 있었으니…. (163…?, 164…?, 167…159, 168…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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