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싱' 차인표 "탈북자 아픔 치유위해 목숨 건 장면도 OK"

"갱도 3000m에도 들어갔어요. 지하로 내려가는 차를 두번 갈아타고 50분을 내려갔었죠."

영화를 위해 죽음도 무릅썼다. 영화배우 차인표는 영화 '크로싱'을 찍으면서 여러차례 죽음과 마주치는 경험을 했다. 탄광 신을 찍기 위해 '사망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각서를 써야만 했다. 고비사막에선 패러글라이딩 추락으로 사막 한가운데서 실종되는 일도 겪었다. 그런데 그는 촬영이 힘들지 않았다고 말한다.

'크로싱'은 탈북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리얼한 북한의 상황을 담기 위해 전국의 오지를 비롯해 중국, 몽골의 고비사막 등 최첨단 문명이 있는 곳을 피하며 촬영했다. 당연히 불편하고 힘든 작업의 연속이었다.

"아들 역으로 나온 명철이에게 항상 미안했어요. 그리고 하루하루 촬영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제 캐스팅이 결정됐을 때도 투자가 안된 상태였거든요." 그의 말처럼 '크로싱'의 제작 과정은 가시밭길이었다. 상업영화가 판치는 충무로에서 탈북자 소재는 환영받는 영화가 아니다. 당연히 투자를 비롯한 제반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차인표는 끝까지 이 영화를 지켰다.

"처음엔 대본보고 거절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2개월 설득하시더라고요. 또 탈북자분들을 만나고 나선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죠."

그러나 그의 첫 난관은 북한 사투리였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나 듣던 함경남도 사투리를 입에 붙게하기 위해선 밤낮으로 사투리를 생활화 해야했다.

"탈북자신데 촬영 끝까지 사투리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계셨어요. 그런데 제가 못 할까봐 걱정이 돼서 잠을 못 주무시는 거예요. 도저히 대충할 수가 없었죠."

그의 이런 노력에도 실제 탈북자들의 원망이 그치지 않았다. '잘 먹고 잘사는 남한 사람이 어떻게 북한 사람의 아픔을 아냐?' '영화 개봉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등 협박성의 소리도 들려왔다.

"탈북자분들에게 밥을 준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받은 영혼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느냐, 우리 사회에 속해서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차인표가 생각하는 탈북자에 대한 해결책은 단순하다. '크로싱' 작업 과정을 통해 느낀 걸 관객들도 함께 하길 바란다.

"관객들이 탈북자에 대한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그들은 남이 아닌 우리의 이웃이고 관심을 통해 그들의 상처가 조금씩 치유될 거라 믿습니다. 그렇다고 '크로싱'이 선동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다만 선구자적인 영화가 되길 바랄뿐이죠."

< 박종권 기자 scblog.chosun.com/tony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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