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준결승(5일) 및 결승(7일)이 도쿄에서 열린다. 4강 카드는 한국의 이창호 대 중국 류싱(劉星), 중국 내 라이벌 관계인 구리(古力) 대 창하오(常昊) 전으로 짜였다. 일단 중과부적으로 보이지만 미리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즐거운 감상을 위한 관전포인트.
▨한국 연속우승 이어갈까=지난 98년 제11회 때부터 작년 20회까지 한국은 이 대회에서 무려 10연패(連覇)란 위업을 세웠다. 국제 바둑사회에도 '공정거래법' '독과점 방지법' 같은 게 있었다면 당장 제소당했을 일방 독주였다. 이 역사가 좀 더 이어질까, 아니면 여기서 중단될까. 한국 팬들로선 한목소리로 외칠 뿐이다. "새 역사는 싫다."
▨쓸쓸한 단독출전=이창호 혼자 3일 도쿄로 떠난다. 한국기사가 이 대회 4강 시점에 단기(單騎)로 나선 것은 지난 10년간 딱 한 번(99년 12회·유창혁 우승)뿐이었다. 나머지 9년은 항상 2~4명씩 몰려갔고, 그때마다 선수도 관객도 참 마음이 편했었다. 앞서 8강전에서 전기 챔프 박영훈과 이세돌 조한승이 몰패해 이런 일이 생겼다. 이창호여, 외로울수록 집중하라.
▨뜸했던 국제무대=이창호는 바둑계 최고의 '명품족'이다. 특히 해외전리품 컬렉션에 재미 붙여 세계대회 금메달만 23개나 쓸어 담아왔다. 그랬던 그가 2005년 제5회 춘란배 제패 후 4년째 국제 우승이 없다(2007년 중환배는 마이너 대회). 준우승만 연속 4회다. 잠시 국산품 애용(?)으로 돌긴 했어도 이창호라고 요즘 국제 금값 시세를 모르겠는가. 이번엔 믿어보자.
▨중국 파도를 막아라=바야흐로 국제바둑은 한·중 전면전의 양상. 올 초 한국이 LG배와 삼성화재배를 제패하자 중국은 농심배를 가져갔다. 4강전을 앞둔 잉씨배(한국 3·중국 1), 8강전이 벌어질 춘란배(중국 7·한국 1) 등 도처에서 난타전이다. 이쯤 해서 중국기사들의 접근을 막을 '폴리스라인'이 필요해 보인다. 이창호는 구리를 상대로 4승 2패, 창하오에겐 21대 8로 이겨왔으니 해 낼 것이다. 류싱과는 첫 '맞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