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흑 실족(失足)

 

 

〈제15보〉(200~209)=이세돌은 중국리그에서 현재 파죽의 12연승을 질주 중이다. 지난해(9승 3패) 막판 거두었던 7연승에 올해 5연승을 추가, 공포의 강펀치를 휘두르고 있는 것. 바둑계에서도 세계 패권을 넘보는 중국으로선 현역 4관왕으로 군림 중인 이세돌이야말로 최악의 걸림돌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타도 이창호'만을 외쳤던 그들로선 '산 넘어 산'이란 심정일까.

200은 프로들의 은어로 '알딸딸 한' 수. 호착이란 의미다. 장쉬는 고심 끝에 201로 최대한 버텼다. 이 수로 무심코 참고1도 1로 때려냈다간 큰일 난다. 6까지 촉촉수. 쌍방 모두 절정의 파이터들답게 무수한 지뢰를 용케도 피해나간다 했는데, 그 순간 흑에게서 어처구니없는 실착이 등장했다.

209는 장쉬에게 천추의 한이 될 문제수. 당연히 참고2도 1로 아래쪽 백 3점을 잡아야 했다. 그랬으면 7까지 우변 백은 패도 안 나고 전멸, 바둑도 끝났을 것이다. 209는 한 수 논 정도가 아니라 자기 집을 메운 격. 그래도 바둑은 여전히 흑이 좋았는데, 하지만 파란만장한 드라마가 끝나려면 아직도 멀었다.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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