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후지쓰배 '아쉬운 준우승'

한국은 이번 대회 8강에 4명이 올라 11연속 우승 기대를 부풀렸으나 이창호만 준결에 진출, 3명이 올라온 중국의 인해전술에 무너졌다. 구리는 이영구 이세돌 창하오 이창호 등 강자들을 연파하면서 중국 1인자다운 위용을 과시했다. 올해 결승이 치러진 국제대회 판도에선 한국이 LG배(이세돌)와 삼성화재배(이세돌), 중국이 농심배(단체전) 및 후지쓰배(구리) 등 2개씩 나눠 가져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창호 九단은 그러나 제7회 춘란배 8강, 제6회 잉씨배 4강, 제13회 LG배 8강 등 현재 진행 중인 3개 국제대회서 순항 중이어서 다시 정상 재도전에 나서게 된다. 특히 춘란배에선 구리와 4강 진출을 놓고 또 한 번 격돌할 예정(날짜 미정). 이 九단은 지금까지 총 23회에 걸쳐 세계를 제패, 이 부문서 단연 1위를 지키고 있다.

10년을 머물던 후지쓰배가 한국의 품을 벗어났다. 7일 도쿄 일본기원서 단판승부로 벌어진 제21회 후지쓰배 결승전서 중국 구리(古力·25) 九단은 이창호(33) 九단에게 205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 이 대회를 처음 제패했다. 인터넷 해설을 맡은 원성진 九단은 "백이 우변을 너무 쉽게 처리한 것이 패인"이라며 구리의 완승이란 진단을 내렸다. 이 九단은 하변에서도 백말의 사활을 착각, 또 3집 이상 손해를 본 뒤 연속 승부수를 띄웠으나 대세를 뒤집지 못했다. 3·4위전서는 창하오(常昊)가 류싱(劉星)을 흑 불계로 꺾었다.

아쉬운 일전이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98년 제11회 때의 이창호로 출발, 지난해 박영훈에 이르기까지 10년간 지켜왔던 후지쓰배 석권 전통을 일단 마감하게 됐다. 이 九단 개인적으로도 2005년 3월 춘란배 우승 이후 3년여 만의 국제 메이저기전 우승 꿈을 이루지 못한 채 5회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창호는 작년 후지쓰배서도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구리는 이번 우승으로 2006년 LG배, 2007년 춘란배에 이어 통산 세 차례 세계 메이저대회 정상을 정복했다. 중국 기사가 후지쓰배를 따낸 것은 95년 마샤오춘(馬曉春) 이후 13년 만이자 사상 두 번째. "내가 결승에 못 올라 중국이 부진했던 것에 대해 팬들께 죄송하다"던 구리는 우승상금 1500만엔(약 1억 5000만원)의 주인이 됐다. 구리는 이창호와의 상대전적에서도 3승 4패로 추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