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실용파(實用派)

〈제1보〉(1~14)='한국최고의 실용주의 바둑'. 최규병 九단은 원성진의 기풍을 이 한마디로 규정한다. 겉멋 안 부리고, 이론에 얽매이지도 않고 최대한 현실적인 운석(運石)을 구사한다는 것. 워낙 끈적끈적해 쉽게 무너지는 법이 없다. 물론 깊은 수읽기가 그 바탕이다. 같은 또래 청년기사들은 원성진에 대해 "언제 어느 각도에서 펀치가 나올지 모른다"고 말한다.

중국 신예 리캉(李康)과의 일전. 원성진은 양 화점으로 출발한다. 어쩌면 이것도 '실용주의'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7은 한때 크게 유행했던 수. 물론 '가'로 한 칸 더 갈 수도 있다. 그러면 백 '나' 다음 서로 맞끊고 늘어 전투대형이 된다. 11로 '다'는 물론 좋은 자리지만 자칫 좌하귀를 일찍 굳혀줄 수 있다.

쌍방 손바람을 내더니 여기서 딱 멈췄다. 12는 무려 17분을 쓴 초반 장고수. 참고 1도 1은 역시 4까지 나쁘다고 보고 12로 힘을 비축한다. 13으로 뿌리를 내렸을 때 14의 붙임이 또한 예정된 수. 참고 2도는 아무래도 주도권이 흑에게 넘어간다. 흔치 않은 형태의 몸싸움으로 전운이 무르익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