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미술관 미술품 전문해설사 조영은씨

▶난해한 현대미술을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전문가

삼성 비자금 사건은 뜻밖에 미술계로 일반인들의 발길이 북적이게 만들었다.

'행복한 눈물'이란 작품으로 현대미술품이 훌륭한 투자처라는 것이 알려진 때문일까. 좋은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이나 화랑에는 예년보다 관람객들이 늘었다. 그러나 관람객에게 현대미술은 난해하다. 특히 여름방학을 코앞에 둔 요즘 방학숙제를 위한 전시장 순례는 아이들과 부모에겐 필수 과제다. 이럴 때 이 전문가만 있으면 만사해결이다. 이름하여 '미술품 전문해설사'.

▶쉽고 재미있게 작품 해설, 영어해설도 일품

서울시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의 미술품 전문해설사 조영은씨(29).

지난해 11월 한국사립미술관협회와 노동부가 국내 처음으로 30명의 미술품전문해설사를 뽑을 때 조씨도 사비나미술관과 인연을 맺었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난해한 현대미술품을 관람객에게 쉽게 재미있게 잘 전달하는 조영은씨를 만날 수 있어 행운이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황정인 큐레이터는 "전문해설사가 있기 전에는 큐레이터 일 볼랴, 관람객에게 설명하랴 눈코뜰새 없었지만, 이젠 더 전문적으로 나뉘니 관람객들에게도 미술품을 더 잘 즐길 기회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물론 국립현대미술관 등지에는 무급 자원봉사자인 도슨트가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미술품 전문해설사' 제도는 말그대로 전문성을 띤 미술품해설사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단 한명의 관람객에게도 최선 다해

조씨는 경희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후 영국의 '버밍업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디자인'에서 아트＆디자인 역사를 전공했다.

영국 유학 후 한 지방미술관 큐레이터를 했으나 더 큰물에서 놀고 싶어 서울로 왔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슨트로도 잠깐 일했다.

"어려운 현대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관람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정보수집이 우선이지요. 때로 힘들고 고단할 때도 있지만, 관람객이 어려운 현대미술에 한발짝 더 다가서는 모습을 보면 힘이 절로 솟아요."

언젠가 몸이 너무 아파서 꿈쩍도 못할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선 작품해설시간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생기있게 해설을 해내 스스로도 놀란 적이 있다. 처음엔 사람들 앞에 나설 부담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숨은 노력은 반드시 빛나게 마련이다.

조씨는 평일 작품 해설은 물론, 주말에 어린이를 위해 영어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까지 잘해내 이곳 스탭들의 인정을 단단히 받고 있다. 또 외국인 관람객이 찾을 땐 언제라도 한국미술 전도사가 된다. 한번은 예정된 시간에 단 한명의 관람객만이 왔지만 작품 해설에 온 정성을 쏟았다. 중년 여성이었던 그 관람객은 "미술품에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몰라 늘 고민이었는데 너무 유익했다. 감사하다"며 이후 지인들과 같은 전시를 다시 찾기도 했다.

미술품 전문해설사가 갖춰야될 덕목은 무얼까.

"예술과 관련된 풍부한 지식, 부드러운 목소리, 설득력과 믿음을 줄 수 있는 어조, 관람객의 관심사를 간파하는 순발력 등이 필요해요. 하지만 작은 아름다움에 눈뜰 수 있는 주변에 대한 관심이야말로 중요하다고 봅니다."

관람객의 무관심엔 상처를 받지만 격려와 박수 때문에 많은 보람과 용기를 얻는다는 조씨. 사비나미술관에서 평일 오후 3~4시, 주말 오전 11시, 4시에 그녀의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