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팀도 전패팀도 없었다

전승도, 전패 팀도 없는 전력평준화 속에 2008 한국바둑리그 전반기 일정이 종료됐다. 13일 광주 신양파크호텔서의 Kixx 대 영남일보 전을 끝으로 총 28경기를 마감한 결과 제일화재가 6승 1패로 1위에 올랐고 월드메르디앙이 그 뒤를 바짝 추격했다.

제일화재의 선두 질주를 이끈 기사는 이세돌(7승) 류동완(6승) 최철한(5승 2패) 트리오였다. 총 5판 중 3판을 이기면 승리하는 방식에서 특정선수 3명이 합계 9할의 승률을 올렸다면 1위가 안 되는 게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이세돌은 정규시즌 개인 최다승 신기록에 도전 중이다. 종전 한 시즌 최다승은 12승으로 2006년 이창호와 최철한, 2007년 강동윤 등에 의해 세 차례 기록됐다. 바둑리그 예선전을 통해 프로로 데뷔했던 신인 류동완은 다른 팀 1지명자를 능가하는 실적으로 '슈퍼 루키' 탄생을 알렸다.

전기 2위 월드메르디앙과 3위 신성건설은 주장 원성진, 박영훈이 각 5승씩 맡아줌으로써 1지명자의 비중이 팀 성적에 직결됨을 입증했다. 월드는 한상훈 배준희 박정환이 기대 이상의 승률을 올려 안정된 전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유창혁 박승화가 살아날 경우 월드의 선수층은 8개 팀 중 가장 두터워 보인다. 신성건설은 총 승수보다 패수가 더 많다. 박영훈을 제외한 나머지 '상위타선'의 안정감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을 만회해야 한다.

영남일보 티브로드 한게임 등 3개 팀은 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우승 팀 영남일보는 젊은 팀 컬러답게 초반 부진을 딛고 서서히 저력을 되찾는 모습. 1지명자 김지석의 컨디션 회복 여부가 포스트시즌 진출의 관건으로 보인다. 신생 팀 티브로드는 신인 이원도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컸고, 한게임은 이영구 김주호의 슬럼프 탈피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Kixx는 이창호와 박정상 두 '원투 펀치'가 1-2지명자 그룹에서 나란히 최저 승률에 머무는 바람에 7위로 밀렸다. 다른 기전에선 맹활약 중인 이들이 후반기에 명예회복을 이루지 못한다면 Kixx의 전망은 밝지 않다. 최하위에 처진 울산디아채는 역대 바둑리그 최고 승률의 강동윤, 올해 신인왕 김기용 두 선수의 어깨에 팀의 사활이 걸려 있다.

바둑리그는 팀 승수가 같을 경우 개인승수 합계를 따지지만 팀 승수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5대0으로 2승 해 봐야 3대2로 3승 하는 것보다 못하다. 선두와 꼴찌가 단 4승 차이에 불과, 각 팀 7경기씩 남긴 후반기에서 얼마든지 판도가 변할 수 있다.

후반기는 출전횟수 하한제(5국), 10월 초에 열릴 마인드스포츠게임즈, 그리고 출전 오더 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 바둑리그는 이번 한 주를 쉰 뒤 24일부터 신성건설 대 한게임 전으로 후반기에 돌입한다. 11월 하순으로 잡힌 포스트 시즌을 향한 '진짜 레이스'는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