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분쟁(紛爭)지역

〈제5보〉(62~75)=원성진은 박영훈 최철한과 함께 송아지 3총사(85년생 소띠)로 유명하다. 이들 셋은 입단하기 전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지금껏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쟁을 계속해왔다. 이와 관련해 원성진은 이렇게 말한다. "누구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바둑은 남 아닌 자신과의 싸움일 뿐이다. 실력이 강해지면 좋은 결과는 따라오기 마련이니까."

흑 ▲에 대한 응수가 어렵다. 68자리로 젖히는 것은 참고1도 12까지 흑의 만족(7…■). 그렇다고 참고2도 1 역시 8까지 흑이 이상적으로 진용을 정비하게 된다. 10분 여의 고심 끝에 원성진은 62로 반대쪽을 밀어갔다. 분쟁지역(?)에서 짐짓 발을 빼고 실리와 두터움을 함께 챙기겠다는 의미.

63 때 64도 예정코스지만 65, 67은 역시 따끔하다. 71로 뻗고 74로 뛴 데까지 본격적인 힘겨룸의 양상. 도중 68때 다시 12분의 금쪽같은 시간을 투입했다. 그나저나 좌변 흑은 살아 있나? 리캉은 9분간 숙고를 거듭하더니 75에 붙여 타개에 나선다. 잠시 소강상태였던 좌하 일대 곤마(困馬) 싸움까지 되살아나면서 바둑은 난해한 중원 공방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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