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이 한 건한다는 뻔한 컨셉이나 '세상의 일부분으로 살 것인가? 운명을 지배하는 주인이 될 것인가'라는 진부한 카피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 '원티드'는 역시 싱겁게도 삶이 휘두르는 대로 이리저리 휘청거리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돌려 풍자했다. 펑범한 청년 웨슬리로 분한'제임스 맥어보이'는 '원티드'가 '잘 짜여진 극'임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연기로는 빛을 발휘하기에는 힘들다는 걸 일찍 예감하는 듯하다. 극 중 초반부터 '그'만의 찌질한 '경리 매니저'를 창조하기 위해 전작 '비커밍 제인'이나 '어톤먼트'에서 애써 구축해놓은 멋지고 무게 있던 이미지를 한방에 날려버렸기에.
'약한 자는 자기보다 더 약한 자를 억압한다'는 진리를 어김없이 여기에서도 써먹고 있고 제임스 맥어보이는 영리하게도 사람들이 자신의 애환을 영화라는 거울을 통해 비추고 싶어하는 습성을 파악하고 있다는 듯 그 헛헛한 마음을 대신 표현해낸다. 홍보기사에서 주구장창 떠들어대듯 '액션의 세대 교체 선언'이라는 말은 '제임스 맥어보이'이기에 가능했다. 여전히 뇌세적이고 예쁜 졸리는 전작 액션영화에서와 다를 바 없고 역시 빠질 수 없는 두 번의 반전 또한 예전의 카테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제임스 맥어보이만이 연출해낼 수 있는 그 특유의 불안하면서도 안쓰러움 덕분에 '나는 누구인가'는 빛을 발한다. 남들보다 몇 배의 심장박동수를 단점이 아닌 '최고의 킬러'로서의 장점으로 승화시킨 웨슬리의 통쾌한 '질주'에 잠시 멈칫할 정도로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것도 이 때문. 비록 이내 그저 우리는 '원티드'의 영웅 웨슬리처럼 될 수 없다는 현실에 부딪치면서 배신감을 느끼지만. 그런데 참 이상하지. 이러한 급격한 하강 체감 곡선에 찡한 감동이랄까. 아이러니하게도 '분명 이것은 다른 세계이다??'라는 문구에 필이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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