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놈 vs 님' 흥행전쟁 시작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화제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과 '님은 먼곳에'가 최근 잇달아 시사회를 통해 공개되면서 극장가를 후끈 달구고 있다. 불과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되는 '놈놈놈'(17일 개봉)과 '님은 먼곳에'(24일)는 각각 170억원과 7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라는 충무로 양대 투자배급사의 자존심을 대변한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영화 부활의 모멘텀을 만들어낼 기대작으로서 두 영화의 제작 스토리와 흥행 지형도를 살펴보았다.

한국영화 사상 최고 170억… '억' 소리나는 장면들 할리우드 능가

◇ 놈놈놈 17일 개봉

　▶'놈놈놈'

　 지난해 4월 경기도 파주 아트서비스 세트에서 시작된 촬영은 중국 둔황을 가로지르며 올해 1월 말에야 막을 내렸다. 촬영 횟수는 총 170회. 미국에서 공수해온 골동품부터 다양한 200여 정의 총이 등장했으며, 공포탄도 3만여 발 쓰였다. 낮 최고 45도, 아침 최저 10도의 열악한 환경에 맞선 제작진은 아예 도로를 새로 만들어가면서 중국 오지를 누볐다.

　한국영화사상 최고 제작비가 들어간 이 영화는 '억' 소리 나오는 장면들로 도배질됐다. 기차 위 액션 장면이나 총격전, 달리는 말 위에서 펼쳐지는 추격신 등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긴박감을 능가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객들을 행복하게 하는 지점은 김지운 감독의 배짱이다. 이미 잘 알려졌듯이 이 영화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1966년작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The Ugly)를 오마주했다. 김 감독은 돈을 놓고 세명이 최후의 결투를 벌이는 틀을 빌려왔으나, 그 안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색을 더했다. 총잡이들을 내세워 폭력으로 얼룩진 당시 사회를 비판한 레오네와 달리 김 감독은 역사성을 최대한 덜어냈다. 돈때문에 보물지도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좋은 놈(정우성), 자신이 무조건 최고여야하는 창이(이병헌),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놈(송강호)은 왜, 언제 만주로 흘러들어왔는지 모른다. 독립운동과도 무관하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충돌하는 무방비 도시의 탈주자들일 뿐이다.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조화와 충돌은 유쾌한 음악과 빠른 편집 속에서 관객들의 오락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여기에 금상첨화,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의 죽여주는 스타일과 명연기는 아무리 칭찬을 해줘도 부족하다.

泰 타무앙 마을 전체 세트화… '비장의 카드' 수애 웃기고 울리고

◇ 님은 먼곳에 24일 개봉

　▶'님은 먼곳에'

　'라디오 스타'부터 '즐거운 인생'까지 음악을 통해 우리 시대 '별 볼일 없는 인생'에 빛을 더해준 이준익 감독이 이번엔 베트남 전쟁으로 시선을 돌렸다.

　남편을 찾기 위해 전쟁터로 뛰어든 순이(수애)와 위문공연단을 내세운 이 영화에서 이 감독은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속에 사람 이야기를 맛깔나는 솜씨로 엮어냈다.

　전작들에서 이야기꾼으로서 탁월한 감각을 보여온 이 감독은 일정 경지에 도달한 듯, 차곡차곡 드라마를 쌓아가면서 아픈 역사를 살아낸 사람들 이야기를 스크린에 살려냈다.

　 특히 영화의 메시지를 응축한 마지막 장면은 그 어떤 대사보다 진한 정서적 울림을 가져온다. 또 70억원의 순수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답게 전쟁신은 리얼리티가 넘치며, 태국의 타무앙이라는 마을 전체를 빌린 오픈 세트는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더욱 이 영화는 수애라는 최대 '볼거리'를 제대로 활용했다.

　극중 수애는 청순가련형의 기존 이미지를 활용하는 동시에 배반하면서 126분의 러닝타임을 이끌어간다. 의존적이고 수줍던 순이가 생과 사를 넘나들면서 강인한 여성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더욱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또 무대 위에서 때로는 처연하게 때로는 섹시하게 '님은 먼곳에' '늦기 전에' '간다고 하지마오'를 부르는 모습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스크린에 적절히 녹아들어 가슴 뭉클한 노래들은 깊은 여운을 남기며,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관객들이 절로 그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될 정도다.

< 전상희 기자 scblog.chosun.com/frog7024>

'남성 vs 여성' 캐릭터 맞대결 두 명장 뚝심- 열정 '쌍끌이 대박' 기대   　 ▶관객의 손은 어느 쪽으로? ' 놈놈놈'의 뜨거운 캐릭터가 뿜어내는 차가운 웃음에 빠져든다면, 관객들은 '대박 웃음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게 될 듯하다. 그러나 굳이 사건의 원인과 결과 사이에 촘촘한, 구태의연한 설명이 필요한 관객이라면 일부 대목에선 물음표를 찍을 수도 있다. 물론 구구절절한 설명이 들어가는 순간 오히려 영화의 재미가 반감됐을 터이지만 말이다. 캐릭터의 충돌이 빚어내는 2시간 15분짜리 오락을 즐길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제한됐다는 점도 단순 산업적 측면에선 고민해볼 부분이다. ' 님은 먼곳에'도 넘어야할 지점은 있다. 그간 보조적 인물로 여성을 등장시켜온 이준익 감독은 이번에 처음 여성을 전면에 등장시켰다. 그가 빚어낸 순이란 인물은 남자들이 만들어낸 살육의 전쟁터를 가로지르는 강인한 캐릭터.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그녀가 결국 섹슈얼리티라는 '수단'에 기댄다는 설정을 여성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 남는다. 또 조미료를 거부한 진솔한 연출이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할지도 관건. 이 대목에서 흥행 수은주가 얼마나 빨리 치솟을지가 결정될 듯하다. 이 와 관련 충무로의 한 관계자는 "과거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일주일 차이로 개봉되면서 한국영화 르네상스기의 정점을 찍었다"며 "두 작품 모두 명장의 뚝심과 열정이 빛나는 작품이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흥행 쌍끌이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