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1)] 정우성, "캐릭터가 죽어보인다는 우려 있었다"

최근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감독 김지운, 제작 바른손 영화사 그림, 이하 '놈놈놈')의 개봉을 앞두고 좋은 놈 정우성과 만났다.

정우성은 최근 조선닷컴과 서울 삼청동의 고즈넉한 한 카페에서 만나 영화와 배우 정우성, 인간 정우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솔직하고 성실한 답변이 약 42분간의 짧은 시간을 알차게 만들었다. (대부분 영화 개봉 전 진행되는 인터뷰는 여러 매체와 릴레이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진촬영 10여분을 포함해 총 50분에서 60분간 진행된다.)

언론시사 후 영화 속 세 놈 중 멋있는 놈은 '좋은 놈' 정우성 쪽으로 기울었다. 정우성은 "도원의 캐릭터가 멋있게 보인 것은 영화가 완성되고 나서다"며 오히려 촬영장에서는 좋은 놈 캐릭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는 것.

"이상한 놈은 주인공이기 때문에 극을 이끌어가고 나쁜 놈은 악역으로 자극적인 신이 많죠. 그래서 초반에는 나쁜 놈만 멋있게 찍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이야기들이 제 귀에 들렸어요."

배우들은 촬영 현장에서 연기나 현장이 힘들어 어려움도 겪지만 주위에서 흘러나오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통해서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 '놈놈놈'을 촬영하며 정우성 역시 들려오는 이야기들에 대해 귀를 막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때 저는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내 것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시나리오에는 밸런스가 다 잡혀있고 거기에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좀더 도원의 멋을 부각시킬 수 있는 거니까요. 촬영이 진행되면서 순간순간 들려오는 것에 대해 신경 쓰고 싶지 않더라고요."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고 하는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던 정우성은 불안함 때문에 흔들릴 수 있었던 자기자신을 잘 붙들어 결국 좋은 놈 도원 역을 훌륭히 소화해 냈다. 그리고 공개된 지금 주위에서 칭찬을 듣고 있다.

'놈놈놈'은 한국형 웨스턴 장르로 한 장의 보물지도를 차지하려는 열차 털이범 윤태구, 마적단 두목 박창이, 현상금 사냥꾼 박도원의 만주 벌판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추격전을 그린 오락영화다. 주연배우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 대역 없이 직접 고난도의 액션 연기를 펼치며 짜릿함을 직접 표현해 냈다.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등 스타 배우 세 명이 함께 주연을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주위에서는 이들 간의 캐릭터 경쟁이 만만치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들 셋은 요즘 흔히 말하는 포스가 강한 배우들이기 때문. 하지만 정우성은 애초부터 송강호 이병헌과의 경쟁심이 있지도 않았다. 그는 주위의 시선에 크게 의식하는 않는 듯한 겉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사소한 주위 반응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자기 자신이 해야 할 일에만 몰두한다. '놈놈놈'에서 역시 그러했다.

자신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는 것도 영화를 통해 자신을 보고 좋은 말들을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말이건 나쁜 말이건 휘둘리지 않고 자기자신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우성. 그는 주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에 쉽사리 영향을 받지 않는 성격이다. 연예인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부분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문제점인데 말이다.

정우성은 "원래 그런 성격이다. 주위의 칭찬에 귀 기울이고 으쓱해 하면 자만심으로 연결되고, 주위의 비판을 들으면 의기소침해진다"며 "자신의 본분, 나의 노력, 내가 지향하는 목적에 있어서는 그런 것들은 쓸데 없는 것이다. 그들이 느끼고 들었던 얘기들은 또 다른 얘기를 만드는데 그 속에 있는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니다. 휘둘리지 말고 자기자신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 연예인 뿐만 아니라 모든 세상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정우성은 이에 대해 "지나친 의존이나 그 이야기를 내 삶에 꼭 반영할 필요는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에 앞서 나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내가 가야 할 길, 하고있는 일 등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자신 있게 표현이 안되니까"라고 말하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놈놈놈'은 어떤 확신이 들어 출연을 결정했을까.

"작품을 선택할 때는 내 스스로의 확신보다 작품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이 더 크다. 일이나 작품을 선택 할 때는 선택한 후 확신과 자신감을 짚어 넣는 것이다"고 말한 그는 “김지운 감독님과 꼭 한번 작업해 보고 싶었고 송강호, 이병헌 씨와 함께 한데 묶여 하는 작업이 즐거운 일이지 않나. 또 시나리오가 좋고 세 캐릭터의 밸런스도 잘 맞았기 때문에 선택했고 촬영하며 촬영하고 나서 작품에 대해 자신 있었다”고 밝혔다.

극중 현상금 사냥꾼으로 도원은 '나쁜 놈' 마적단 두목 창이(이병헌 분)와 '이상한 놈' 열차 털이범 태구(송강호 분) 사이에서만 ‘좋은 놈’일 뿐이지 꼭 좋은 놈이라고만 할 수 없는 모호한 캐릭터다. 세 주인공 중 가장 웨스턴적인 캐릭터로 큰 액션과 위험한 장면들을 큰 부상의 위험을 안고서 직접촬영에 임하기도 했다.

정우성은 고속 질주하는 말 위에서 두 손을 놓고 총 쏘는 신을 찍으며 목숨을 걸고 연기를 했는가 하면 손목 뼈가 부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촬영 일정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상을 입은 채 열연을 펼치기도 했다. 덕분에 멋진 장면들이 탄생됐다. 시사 후 도원 역에 대한 호평은 이렇게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해낸 정우성의 열정이 스크린을 통해 전달됐기 때문일 것이다.

"기라성 같은 두 배우와 함께 한다는 건 물론이거니와 각기 다른 장르의 영화를 완성도 높게 재미있게 만든 김지운 감독과의 작업도 행복했어요. ‘나한테서 도대체 뭘 꺼내줄까’라는 궁금증이 컸는데 기대 이상이었어요. 나중에 누가 좋고 나쁘고 이상한지 모호해지는 게 큰 매력이기도 했어요. 캐릭터를 포기하지 않고 여유를 가져야 하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고속질주를 하는 말 위에서 총을 돌리는 등 단 한 컷도 쉬운 컷이 없었는데 캐릭터의 힘이 아니면 불가능 했을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배우 정우성이라면 떠오를 만한 인상적인 한 장면을 만들어 준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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