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욕심과 미망(迷妄)

〈제8보〉(103~121)=바둑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집을 다투는 게임이라고 실리에만 집착하다 보면 돌이 몰리면서 더 크게 패한다. 그렇다고 전투 일변도의 전략으론 실속을 잃기 십상이다. 공격하다 보면 집이 모자라고, 집을 챙기다 보면 대세를 놓치게 되지 않던가. 결국 '매 순간마다 가장 효율적인 착점을 찾아내는 게임'이란 어정쩡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103은 나름 깊이 생각한 한 수였다. 당연히 참고도 1 자리로 이어야 할 것 같은데 그때는 백 2를 허용, 6까지 바깥의 도배 장판을 각오해야 한다. 반면 백 104는 성급했다. 횡재라도 한 듯 따냈지만 105를 불러 훗날 흑 '가'로 끊기는 뒷맛이 남았다. 천상의 신(神)이 굽어보는 인간 세상 한판 바둑이란 욕심과 미망(迷妄)의 연작 퍼레이드일지 모른다.

107로 다시 이쪽이 준동하기 시작했다. 백으로선 110까지의 연결이 불가피하다. 111부터 117까지는 실리에 엄청 집착한 수법. 특히 117은 욕심스러운 점으로 120의 봉쇄가 옳았다. 백이 120으로 뛰어나가자 흑은 121로 즉각 차단하고 나선다. 좌중앙 백과 우상 백 모두 아직 못 살았다는 주장. 초반 좌하귀에서 시작된 쫓고 쫓기는 미생마 공방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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