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세주인공. 왼쪽부터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역시 아쉬움은 균형감각의 부재다. 드라마와 스펙터클이 찰기 있게 맞물리기보다 자주 충돌하고 파열음을 일으킨다. 김지운 감독은 최근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표현을 썼다. "작은 영화에 스펙터클이 없는 게 큰 하자가 되지 않는 것처럼, 오락영화에서 내러티브의 부재가 근본적인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놈놈놈'의 문제는 내러티브의 부재가 아니라 내러티브의 과잉이다. 대평원에서 놀라운 스피드로 질주하던 장르 영화가 각 장면들의 논리적 근거를 빠짐없이 대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자주 고삐를 당겨 말을 세운다. 어쩌면 이 모순적인 제동(制動)은 '놈놈놈'이 지닌 숙명 때문일 것이다. 장르 영화는 속성상 같은 취향을 지닌 일정 관객을 타깃으로 하지만, '놈놈놈'은 무려 700만~800만 관객이 들어야 손해가 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장르 영화이면서 동시에 대중영화이어야 한다는 아이러니. 대중영화로서 조금 더 친절해져야 한다는 강박이 스피드로 승부하는 영화의 고개를 자꾸 뒤로 돌리게 만든 것은 아닐까.
줄거리
보물 지도 한 장에 목숨을 건 세 사내의 만주 웨스턴. 제국주의 일본이 기세 등등하던 1930년대 만주. 열차털이범인 태구(송강호)와 마적단 두목 창이(이병헌) 그리고 현상금 사냥꾼 도원(정우성)이 그만의 이유로 보물 지도를 찾아 격돌한다. 시대의 민족주의적 강박을 송두리째 제거한 200% 오락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