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전시회 열어요"

울산 도심의 한 식당에서 '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울산 출신 중견 서양화가 김상원(51·사진)씨가 마련한 이색 전시회다.

식당에 들어서면 벽면과 식탁 사이사이 칸막이마다에 김씨 작품 37점이 걸려 있다. 깎아지른 듯 웅장하게 솟아오른 설악산 비선대와 경주 남산 소나무 등 김씨가 즐겨 그려 온 국내 명산과 소나무, 꽃 등이 주된 소재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대부분의 손님은 "고급스러운 식당에 온 느낌이다" "외국에 온 듯 색다른 분위기다" "오늘 따라 음식이 더 맛난 것 같다"며 즐거워한다. 또 "사진이 아니고 진짜 작품이 맞느냐" "어떤 화가 작품이냐" "어떻게 이런 전시회를 생각하게 됐느냐" 등 작품과 전시회에 대한 관심도 빠뜨리지 않는다.

간혹 "그림이 값싸 보인다"거나 "미술관에 걸지 못하는 격이 떨어지는 그림들 아니냐"는 곱지 않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작품을 내건 김씨는 "그림이 꼭 미술관에만 전시돼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작품이 어울리고 사람들에게 공유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디라도 좋다고 본다. 그림을 걸 만한 장소만 있다면 찜질방에도 찾아갈 것이다"고 했다.

그는 웅장하게 지어진 미술관이나 격식을 갖춘 화랑 등은 '그림이 주인'인 특권적 장소라고 규정했다. "그림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그림을 위해 조명을 배치하며, 그림을 위해 고용된 전문가들이 그림을 '특권적 대상'으로 만들어놓았다"는 것이다.

그는 "하지만 식당에서는 그림을 보는 '사람이 곧 주인'"이라고 말했다. "밥을 먹다가도 언제든 고개를 돌려 그림을 보고 즐거워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익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서울에서 전업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중학교 3학년 때였던 1972년 울산의 한 다방에서 첫 개인전을 연 경력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