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희 '고死:피의 중간고사'에서 호러퀸 데뷔

그녀에 대한 오해 하나.

험한 말 한마디 들으면 금방 울음을 터뜨릴 것 같다. 드라마 '하늘이시여' '행복한 여자' 등 전작에서 카메라만 돌아가면 사정없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뇌리에 박혀있기 때문이다. 마냥 가녀리게만 보이던 윤정희. 그런데 영화 '고死:피의 중간고사(이후 고사)'의 다음달 7일 개봉을 앞두고 만나보니, 브라운관 속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연기 욕심으로 중무장했다. 강단있고 자기 고집 확실한 스타일. 오죽하면 두 드라마에서 그 차고 넘치던 눈물 연기를 안약 없이 해냈을까.

'고사'를 택한 이유도 명확했다.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연기를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가 많았죠."

'고사'는 수능을 앞둔 고3 교실을 배경으로 하는 공포물이다. 특별 엘리트반 수업 중 갑자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이 풀기 쉽지 않은 문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1명씩 사라진다는 설정이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맡은 역은 학교에 새로 온 영어선생님이다. 공포스러운 상황에서도 차분히 위기를 극복해 나가며 아이들의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는 인물이다.

윤정희는 원래 중요한 신을 앞두고 있거나, 그날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안들면 아예 밥을 못먹는 성격. 특히 이번 영화는 스크린 데뷔전이니, 촬영 내내 오죽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까. "이전과는 다른 캐릭터였던 만큼 적응이 쉽지는 않았어요. 감정을 절제하는 가운데 마음 속에 감춰둔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동시에 드러내야 했으니까요. 말투나 목소리 톤을 잡는 데 애를 많이 먹었죠."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엄살이다. 현장 스태프들은 윤정희가 만들어낸 지적이면서도 차가운 캐릭터에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들었다. 눈물로 가득찼던 눈동자가 이젠 극한의 공포를 담고 관객들에게 서늘한 여름을 선사하게 될 것이라는 평이다. '호러 퀸'의 탄생이라는 이야기까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부산의 한 폐교에서 50일간 집중적으로 촬영을 했잖아요. 음산한 기운때문에 밤 촬영때는 저절로 무서운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래는 '악' 소리 나오는 영화는 '억' 소리 나게 못보는 성격. 그러나 크랭크 인 전 '쏘우' 등을 섭렵하면서 열심히 공부를 했다. 같이 호흡을 맞춘 선배 이범수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 윤정희의 다음 프로젝트는 SBS 주말 드라마 '가문의 영광'이다. 8월부터 본격 촬영에 들어간다고 하니, 올 한해는 또 정신없이 끝나게 될 듯. 시린 옆구리를 10년 우정을 나눠온 친구들과 달랠 생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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