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지가 1차 반란에 성공했다. 3연패(連覇)를 노리는 '지존' 이세돌을 맞아 백을 들고 완승을 거두자 한국기원 일대가 발칵 뒤집혔다. 200수 백 불계승. 제4기 물가정보배 결승 3번기 첫판(20일) 얘기다. 그는 초반부터 거칠게 나온 상대 주먹을 여유 있게 피하면서 멋진 받아치기로 점수를 쌓아갔다. 좌변의 영토화에 이어 바꿔치기로 중앙까지 접수하자 '불침항모(不沈航母)' 같던 이세돌이 고개를 꺾었다. 승리 직후의 홍성지를 전화로 연결했다.
―상대는 최근 12연승에다 소문난 싸움꾼이다. 대국에 앞서 떨리지는 않았나.
"그냥 무덤덤했다. 원래 나는 먼저 싸우지는 않는데 상대가 걸어오는 전투를 피하는 편은 아니다. 싸움바둑이 집바둑보다 오히려 편하다."
―1승만 보태면 본격기전 첫 우승인데 자신이 있는지.
"자신감은 언제나 있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더라(웃음)."
―2국(26일)은 흑 차례다. 1국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보이는데.
"긴 시간 바둑은 흑이 편한데 속기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물가정보배는 1인당 10분에 40초 초읽기 3회)."
―이창호 이세돌을 연파 중이다. 요즘 특별히 수가 잘 보이나?
"다른 기전 성적이 안 좋은데 무슨…. 이 대회에 유일하게 살아남아있어 결승전 진출까지는 해보자고 목표를 세웠었다. 1차 목표를 달성했으니 이젠 맘 편하게 둘 뿐이다."